남에게는 쉽고, 내 사람에게는 어려운 마음

내 사람에게 더 잘하기로

by 서율



선선한 바람이 불고, 낙엽이 조금씩 물들어가는 계절이 오면 저는 어김없이 동네 하천을 걷습니다. 물빛에 부서지는 햇살,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 그 모든 것이 제 마음을 달래주는 풍경이지요.


그날도 하천을 따라 걷고 있었습니다. 전날 내린 비로 물이 불어나 있었고, 건너편으로 이어지던 돌다리 위로 물결이 넘실거렸습니다. 평소라면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넘던 길이었지만, 그날은 미끄럽고 위태로워 보였습니다. 그런데 저만치에서 한 분이 돌다리를 조심조심 건너고 계셨습니다. 어머니 또래쯤 되어 보이는 분이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 그대로 멈췄습니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물이 튀었고, 작은 흔들림에도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혹시나 미끄러지면 어쩌나, 무사히 건너시길 바라며 끝까지 숨을 고르듯 바라보았습니다. 그분이 마지막 돌을 딛고 무사히 건너는 순간에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습니다. 그리고 멈추었던 제 발걸음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GettyImages-2230858556.jpg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나는 그토록 조마조마하며 지켜봤을까. 위험은 그분의 몫이었는데, 왜 내 마음이 그렇게 흔들렸을까. 그리고 그 질문은 곧 제 안쪽을 향했습니다. 남에게는 잘 되는 ‘자비’와 ‘관용’이, 왜 정작 내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는 어려운 것일까.


결론은 단순했습니다. 제 못난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내 사람은 날 떠나지 않을 거라는 안도감, 그 믿음 속에서 방심했던 나. 기대가 커서 실망도 쉽게 찾아왔고, 그래서 더 거칠게, 더 날것의 나를 드러내곤 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이기심이었습니다. 소중한 물건조차 아껴 쓰는데, 내 옆을 지켜주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함부로 대했던 순간들이 부끄럽게 떠올랐습니다.


후회스러운 기억들은 차고 넘칩니다. 서운함을 감추지 못하고 툭 내뱉었던 말, 상대의 마음보다 내 감정을 먼저 앞세웠던 순간들. 후회스러운 기억들은 여전히 마음을 아프게 하지만, 그 순간들 덕분에 저는 다시 다짐하게 됩니다. 앞으로는 내 사람을 더 소중히 여기기로. 남에게만이 아니라, 내 곁을 지켜주는 이들에게도 자비와 관용을 나누기로. 미안하다는 말보다 고맙다는 말을, 고맙다는 말보다 사랑한다는 말을 더 많이 전하기로.



GettyImages-637514596.jpg



다가오는 연휴, 저는 먼저 제 사람들에게 작은 메시지를 보내보려 합니다. 못난 나를 감싸주어 고맙다고, 오래도록 곁을 지켜달라고, 그리고 저는 그만큼 더 잘하겠다고. 글로라도 그 마음을 전한다면, 조금은 덜 후회할 수 있지 않을까요.


혹시 지금 떠오르는 얼굴이 있으신가요?

명절이라는 좋은 핑계가 있으니, 그분께 연락을 건네보는 건 어떨까요.

“잘 지내시죠?”라는 짧은 인사만으로도 마음은 전해지고, 그 인사가 하루의 온도를 바꿀 수도 있으니까요.











#감성에세이 #일상기록 #성찰의시간 #마음글 #사랑하는마음 #공감에세이

#관계에대하여 #소중한사람 #연휴이야기 #명절생각 #고마운마음 #에세이



작가의 이전글호상, 위로라는 말의 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