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선택이 마음 한켠에서 서서히 따뜻해지는 순간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 사색을 즐기기에 참 좋은 날씨였다. 완연한 가을이 찾아온 듯해 반가웠지만, 동시에 여름이 지나간 것이 아쉽기도 했다. 조금 더 계절을 만끽했어야 했나— 그런 후회가 스쳤다.
그 여름의 모든 순간은 나의 선택으로 이루어졌다. 차보다는 걷기를, 시원한 실내보다는 뜨거운 햇살을 택했다. 그리고 그 결과, 밖에서 뛰어노는 아이처럼 탔다. 오죽하면 어머니가 건강하게 자란다며 웃으셨을까. 나는 그 시간을 후회하지 않는다. 다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지금과는 조금 다른 ‘가을의 시작’이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내 삶은 언제나 후회와 추억이 반비례처럼 다가왔다. 크게 후회했던 순간이 오히려 짙은 추억으로 남곤 했다. 모순 같지만, 늘 그랬다. 직장을 그만두고 유학을 준비하던 시절, 나는 부모님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혔다. 안정적인 회사 생활을 내려놓고 새로운 길을 간다는 게 누군가에겐 무모하게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반대를 무릅쓰고 떠났다. 결과적으로는 좋은 시간이었지만, 그때의 외로움은 여전히 잊히지 않는다. 이상하게도, 그 외로움이 내 인생의 황금기처럼 남았다.
하지만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나는 아마 또 다른 선택을 할 것이다. 그게 더 나은 길이었을지는 여전히 알 수 없지만, 분명 최선은 아니었다는 사실만은 느낀다. 그럼에도 그 모든 선택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때로는 아쉬움마저 인생의 일부가 되어, 추억으로 쌓여간다.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추억이 삶의 동력이 되고 위안이 되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추억이 밥을 먹여주진 않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후회되는 순간과 추억을 함께 떠올리며 걷는다. 이상하게도, 후회했던 순간일수록 더 짙은 추억으로 남아 있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후회를 떠올릴 때마다 마음 한켠이 조금은 따뜻해진다.
혹시 후회되는 시간이 있다면, 잠시 멈춰 생각해 보자.
그때의 아픔이 어느새 마음 한켠에 짙은 추억으로 자리 잡고 있진 않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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