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줄 수 있는 최상의 즐거움과 감동의 티키타카

영화 <라라랜드> 리뷰

by 구월





라라랜드를 보는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3년 전 이맘 때 개봉한 라라랜드를 볼 때의 나는 뮤지컬 음악 영화를 그리 즐기지 않는 관객 중 하나였다. 큰 감흥이 없었던 그때와 달리, 헤드윅, 비긴 어게인, 싱스트리트를 보면서 점차 음악 영화에 대한 관심을 높여가던 차에 라라랜드를 다시 접하게 되었다. 라라랜드는 즐거움도 감동도 컸지만, 무엇보다 다양한 해석과 의미를 공유할 수 있는 영화였다. 아, 내가 왜 이걸 이제야 느꼈을까. 볼 수 있는 만큼, 보려고 하는 만큼만 보이는 게 영화라는 걸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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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랜드는 꿈과 연인, 성장과 사랑 등 많은 의미를 내포하며 영화 속에서 즐거운 리듬을 만들어낸다. 그 중 이 영화의 숨겨진 성취는 영화에 대한 은유일지도 모르겠다. 세바스찬과 미아가 사랑을 하고 꿈을 이루어나가는 서사를 외부에 두고 그들의 만남부터 헤어짐까지 보고 있자면 꼭 고전영화와 현대영화가 떠오른다. 클래식카를 타고 턴테이블로 음악을 듣는 세바스찬, 프리우스를 타고 스마트폰을 쓰는 미아는 무언가를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는 점에서 닮았지만, 꿈을 향해가는 방식과 태도는 취향의 차이만큼이나 다르다. 그들의 대비되는 방식은 고전영화와 현대영화가 걸어가는 방향을 보고 있는 듯도 하다.

미아가 내내 오디션을 볼 때마다 좋지 않은 결과를 얻었다가, 세바스찬이 1인극을 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으로 미아는 직접 극을 쓰고 무대 위에서 연극을 하게 된다. 비록 세바스찬도 오지 않고 관객의 반응도 좋지 않았지만 미아의 1인극을 보고 좋은 인상을 받은 한 캐스팅 디렉터로부터 연락을 받으면서 미아는 일생일대의 오디션을 보게 된다. 미아는 꾸밈없는 자신의 이야기를 연기로 풀어내고, 관객은 이후 미아의 모습을 통해 이 오디션으로부터 좋은 결과를 얻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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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은 무대라는 현실 공간에서 관객과 마주한 상태에서 연기한다는 점에서 영화와 드라마처럼 스크린을 통해 전달되는 매체보다 조금 더 고전적이다. 세바스찬은 고전 재즈 음악을 즐기고, 재즈의 역사와 장소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한편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의 재즈에 키보드를 두드리며, 자신이 원하는 게 진정 무엇인지 자문하기도 한다. 미아와 만나게 되면서 밴드에 들어가 재즈 공연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안정적인 수입도 얻게 된다. 그렇게 과거는 현재와 맞물려 변화에 발맞춰 다른 방식으로 표현된다. 이는 대중성 앞에서 고민하는 고전 예술 영화같기도 하다. 고정된 관습에 머무르지 않으면서 변화에 포기하지 않고 자신만의 예술을 어떻게 보여줘야할 지 고민하는 예술 영화가 세바스찬으로 표현된다.

라라랜드는 고전 뮤지컬 영화에 대한 오마주나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더욱 도드라지게 표현한다. 컴퓨터그래픽으로 표현한 그리피스 천문대 씬이나 마지막 엔딩의 상상씬에서 드러나는 환상성과 몽환적인 느낌의 화면이 그렇다. 시공간을 넘나들고 현실과 공상의 경계선을 숨기지 않는다. 현실에서 벗어난 듯한 느낌을 물씬 주면서 얻게 되는 효과는 관객 또한 아날로그적 감성에 흠뻑 젖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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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랜드는 등장인물부터 재즈 음악과 원색의 컬러풀한 의상과 소품까지 영화만이 할 수 있는 연출로 라라랜드만의 미학을 완성한다. 더불어 세바스찬과 미아의 서사는 꿈을 꾸는 두 청춘이 서로의 잠재된 재능과 빛나는 젊음을 서로 발견해주고, 발견해주길 기다렸던 마음을 일깨운다는 점에서 대중적 응원과 공감을 일으킨다. 반복된 실패와 거듭된 좌절에 힘겨워하던 때에, 극 초반 미아의 대사인 ‘내가 나로 발견될 곳이 어디 있을까’ 읊조리는 장면은 무력해진 청춘의 마음을 대변한다. 그들을 어루만져주는 서사와 노래 가사는 그들의 이성애적 사랑과 애틋함이 아니고서도 충분히 위로가 된다.

미아가 세바스찬의 연주를 우연히 길가에서 듣게 되는 장면은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감독이 의도하는 바를 명확하게 드러내는 지점이다. 미아가 걷는 길의 벽화는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관객들을 그린 그림이다. 이 그림이 프레임의 3분의 2 이상의 크기로 할애된다. 그 길의 끝에 선 푸른색 원피스를 입은 미아는 붉은 네온사인 선 사이로 들어오게 된다. 그 옆에는 세바스찬이 있는 공간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다. 미아가 이 문을 열고 들어가는 컷은 세바스찬과의 첫만남으로 가는 장면이기에 중요하고, 미아로 은유하는 디지털영화가 아날로그적 감성을 덧입게 되는 시작점이라는 면에서 영화에 곡 필요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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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라라랜드는 세바스찬과 미아의 사랑, 꿈꾸는 사람들의 춤과 음악이 어우러지는 뮤지컬 영화로써의 정체성, 고전과 현대의 영화가 지금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 환상의 티키타카로 답하는 영화다. 멋드러진 LA 야경을 두고 탭댄스를 추는 둘의 리듬과 박자처럼, 영화는 두 시간의 러닝타임 내내 경쾌한 분위기로 관객들을 움직이고 감동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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