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님 둘다 일지도
아무리 봐도 다신 읽지 않을 수험서,
몸에 맞지도 내 취향의 색도 아니라 손도 대지 않을 옷.
크지도 않은 내 방 한쪽 공간에 꾸역꾸역 쌓아놓는 이유는 대체 뭘까.
내가 차마 버리지 못한 건 물건인가 미련인가.
미련이 남은 물건 위로 쌓인 먼지를 털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먼지가 쌓여가는 동안 방치해놓은 물건, 방관한 미련이라면
이제는 버려도 되지 않겠느냐며.
언젠가는 버려야지 했지만, 그 언젠가는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순간이
그냥 불쑥 찾아오기도 하는 거 같다.
다가온 분리수거날 아침,
밖에 나가는 길에 몽땅 버리지 않고
매주 한두개씩 정리해야지 마음을 먹게 됐다.
그냥 버릴 수 있게 됐다.
물건도 미련도
자연스럽게 떨어져나가는 시기가 있는 거 아닐까 싶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