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글쓰기란 단어는 생소했고 직업적인 느낌이 났다. 작가 같은 느낌, 글로 밥을 먹고 사는 사람들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초등 학교 때를 생각해보면 방학 내내 일기 안 쓰다가 개학이 다가오면 엄마 한데 때를 써서 언니들이 대충 칸을 때워주거나, 가끔은 휴지 줍지 도 않았는데 길가다 휴지 줍고 아저씨가 나를 칭찬해 줬다는 거짓말을 썼던 기억이 지금도 난다. 그래서 글쓰기는 내겐 유쾌하지 않은 단어였다.
지난해는 코로나가 극성을 부렸던 한해 였고 세상이 변화 하듯 나에게도 변화가 찾아 왔다. 우연하게 ‘당신이 누구인지 책으로 증명하라’란 책을 읽게 되었다. 나는 졸업 후 수의사로서 사회에 발을 들였고 동물을 좋아해서 직업으로서는 행복한 일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문득 내가 지금 다니는 동물병원을 관두게 되고, 학교서 하는 강의를 관두게 되면 내가 지금껏 가지고 내밀었던 명함이 없어지면 나란 사람은 뭘로 표현 할 수 있을까 란 두려움이 생겼다. 평생 직업이 있었고 지금도 수의사 일을 하지만 직장이란 터전이 없어지면 내가 하는 일 에서 사회의 보람으로 남길수 있는 글과 책이 나란 사람을 증명해 주리란 생각이 들었다.
처음 하는 글쓰기는 쉽지 않았지만 내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들, 나의 얘기, 내 강아지, 내가 좋아하는 악기 등 역시 글을 쓰면서 느낀 건 감사한 일이 많은 거였다. 나는 원래 자연을 좋아하고 작은 풀, 꽃잎 하나에도 감탄을 잘 하는 유전자를 타고 났다. 그래서 순간순간의 아름다움을 맘에 많이 담아 두는 편인데 그런 것들이 글로 남겨지니 그건 세상이 두배로 더 아름다워지고 더 행복해지는 마법이 있었다.
처음 글을 쓰고 주변 지인들에게 마구 보여 줬다. 의외로 다 재미있다는 표현을 하나같이 해주었다. 그냥 난 주변에 있었던 사건들을 그대로 적은 건데 나에겐 참 의외의 일, 재미있는 사건들이 많은 심심하지 않은 인생 이였던 것 같다. 재미있다는 긍정 칭찬에 나는 고래가 되어 춤을 추면서 그때부터 세상을 보는 눈이 더 신비로워 졌다. 그리고 나의 뇌는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 사물을 보면서 사건이 생기면 저걸 글로 써야겠다. 혼자 킥킥 웃기도 하고 찐한 맘에 눈물이 글썽이기도 한다. 나의 맘과 뇌는 서로 연결되어서 대화를 한다. 참으로 즐거운 변화였고 평생 안한 일을 하는 건 새로움과 연결되어서 많은 에너지를 주고 있다. 글쓰기 3개월차에 접어든 나는 현재 글쓰기 초등학생이지만 글쓰기 하버드 생이 될 수도 있으리라. 보스턴 하버드 대학 교정을 생각해 본다. 100년만에 40도가 넘는 2010년 더운 여름날 하버드 창립자 동상 앞에서 구두를 문지르며 다시 오는 주문을 외웠었다. 동상 옆 나무 밑에서 더위에 쓰러졌던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며, 내가 쓴 책을 갖고 다시 하버드 대학 교정을 가보는 행복한 꿈을 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