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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오투오 Oct 26. 2015

나는 괜찮지 않다.

다들 힘내요,  화이팅. 

요즘 취준을 하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정말 문 너머 문이 있고, 그 문 너머 또 하나의 문이 있다고. 


본인에게 어려움이 닥쳐 있을 때 가장 듣기 싫은 말은

"그래도 너 정도면 괜찮지."라는 것이다. 


그래도 너는 지원해주는 부모님이 있으니 좀 낫지 않니.

그래도 너는 서류 붙는 곳이라도 있잖니. 

그래도 너는 영어 성적이라도 좋지 않니. 

등등.


뭐, 물론 맞는 말이다. 

"객관적"이라는 것을  정의할 수 있다면. 

적어도 나는 내가 일주일 내내 일하며 등록금 벌지는 않아도 괜찮았고, 

정말 전탈(전체 탈락)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한두 곳이라도 서류라도 붙고. 

학창 시절 어마 무시한 학원비를 쏟아 부은 결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영어 성적이라도 좋은 편이다. 


근데, 과연 그렇다고 해서 "나는" 정말 괜찮은가? 

모르겠다. 

아니, 나는 안 괜찮다. 

나는 이렇게 우울하고 슬픈데. 

내 인생에서 가장 안 풀리고 가장 실패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그것을 상대방이랑 비교해서 더 나은 상태 있다고 정말 "나에게도" 괜찮은 나날인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여태까지 실패를 경험해 보지 않았고, 

흔히 말하는 "온실 속 화초"와 같은 삶을 살아온 나에게

사회로 나아가는  좁디좁고 밀어 터질 듯이 대기자가 많은 취업의 문은 너무 거친 야생이다. 


네가 나약해서 그렇다고, 

좀 더 힘을 내야지 어쩌겠냐고 물으면, 

맞는 말이다. 


언제까지 부모님이 나를 책임져 주실 수도 없고, 

아니 오히려 여태까지 나를 위해 본인들을 위한 삶보다 더 많은 것을 투자해 주셨기 때문에, 

좀 더 빨리 나 하나 정도는 스스로 책임지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내 스스로 나약한 탓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뭘 그리 잘못했나 싶기도 하다. 


학창 시절에는 부모님 말 잘 듣고, 선생님 말 잘 듣고. 

하라는 대로 하는 모범생이었는데, 

대학교에 들어서니 갑자기 내 생각을 말하란다. 


여태까지 누군가 주입해 놓은 생각을 마치 내 생각인 듯 살고 있었던 나는, 

길을 잃었다. 


맨날 회색빛 교복만 입고 살다가 처음으로 옷가게에 간 기분. 


그리고  끊임없이 걷거나 달려야만 하는 길 위에 혼자 놓인 기분. 

친구지만 경쟁자이고, 

부모님이지만 마음을 터 놓을 수가 없다. 


그런 생각을 하면 좀 슬프다. 

친구와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인데, 

여태까지는 친구와 나. 

이렇게 둘만 생각하면 됐었는데, 이제는 그 사이에 뭔가 하나 끼인 느낌이다. 


이런 게 어른이 되는 거라면 차라리 철이 없다는 말을 듣고 싶다. 

동화 속에 갇혀 있는 듯한 생각이라도 

나 혼자 평생 그 착각 속에 갇혀 있을 수 있다면 행복하지 않을까.......

아, 모르겠다. 


아직 인생의 반의 반의 반도 살지 않았다는 게 너무 슬프다. 

앞으로 과연 행복한 일이 많을까 슬픈 일이 많을까. 

지금도 힘든데 차라리 지금이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될까. 

그렇게 즐거움이 없다면 우리는 왜 태어나는 걸까. 


어휴. 


힘냅시다, 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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