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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오투오 Nov 25. 2015

면접보고 온 날

(정확히는 면접 망하고 온 날)

면접을 보고 왔다.


늘 그렇듯이 망했다. 


오늘 봤던 면접은 뭔가 갑작스럽게 진행이 되었던 점도 있고, 회사에 큰 흥미가 없었던 등 다양한 변명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뭐. 결국에는 내가 제대로 준비를 해가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다. 


하지만 연습을 많이 했건 안 했건, 면접을 망치는 것은 특히 마음에 데미지가 크다. 

서류 전형에서 탈탈 털리는 것 보다 더. 


다대다 면접으로  진행될 경우, 다른 면접자들 앞에서 실수를 했다는 점도 민망하고, 또박또박 자신 있게 말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갈 길을 잃은 미아 같은 답변을 하는 내가 너무 부끄럽다. 


그제서야 아, 좀 더 준비를 해볼걸. 

이 질문 나올 것 같았는데 왜 답변 준비를 안 해봤을까. 

이런 생각이 들고, 

집에 가는 버스에 타서는 

그래도 어떻게 면접까지 온 기회인데, 관심이 조금 없고 하기 싫었다는 게으름에 굴러온 복을 스스로 차 버리는구나, 하는 자책이 이어진다. 


그렇게 망하고 집에 들어왔는데, 기대에 찬 눈빛으로 어떻게 봤냐며 물어보는 부모님을 마주할 때......

못난 건 나면서도 되레 내가  큰소리를 친다. 


엄마는 왜 그런 것만 물어보냐고. 

잘 봤으면 내가 먼저 말을 했겠지, 딱 보면 알 것 같지 않느냐고. 


도둑이 제 발 저린다. 

딱 그 심정이다. 


하지만 정말 나만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취업과 관련된 얘기는 부모님과 나누기가 싫다. 

물론 그렇다고 기타 다른 학업에 대해서 논하는 걸 좋아했던 것도 아니지만, 

특히 예민하게 대답하는 게 바로 취업이다. 


우리 부모님은 직업 특성상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상황에 대해서 분석적으로 다가가려고 하신다. 

실패를 했으면 어떠한 면에서 실패를 했고, 왜 그런 행동을 했으며, 다음에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되는 지에 대해 물으시고, 대답을 원하신다. 


물론, 좋은 방법이다.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가 되기 위해서는 저런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면접을 망하고 혹은 안 좋은 결과를 받아 들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저런 질문은 안 했으면 좋겠다. 

대부분의 경우, 실패의 원인을 나는 이미 알고 있다. 

정말 운이 안 좋아서였을 때도 많기는 했지만, 

스스로의 부족함이 무엇인지 절실히 느끼고 올 때가 더 많았다. 


그런 내가 집에 와서 바라는 것은 한 마디 위로인데......


"수고했어."

"그래, 잘했다."

"다음번에 더 잘 보면 되지."

"이번에 부족했던 점을 더 가꾸어서  다음번에는 좀 더 자신 있게 해보자."


이런 공감과 위로의 말이 먼저였음 좋겠다. 


그래도 이번 기회는 정말 내가 잘못하기는 했다. 

마치 갑자기 이사 온 옆집에서 시루떡을  가져다주었는데, 딱히 좋아하지 않아서 아무렇게나 두었다가 한밤중에 배고파서 먹으려고 봤더니 이미 다 딱딱해지고 차갑게 식어버린 상황 같다. 



식은 시루떡은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녹이기라도 하지. 


오늘의 교훈: 명심하자. 

작은  것처럼 보여도, 한 번 온 기회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지나가고 난 후에야 그 작은 기회마저 절실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 십상이다. 

이미 떠나보낸 수많은 기회들을 돌아보며 후회만 하는 것을 바라지는 않지만,

그것들을 발판으로 삼아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제발...... 게으름을 이겨내고, 불성실함을 이겨내고. 


곧 있으면 새해인데. 

내년에는 제발. 아니, 당장 오늘부터. 

취직이 되었건, 글쓰기가 되었건, 그림 그리기가 되었건.

내 인생에서 그래도 가장 열심히 임했던 시기라고  되돌아볼 수 있는 보람찬 나날을 만들고 싶다. 


지금은 이렇게 투정 부리듯 부모님의 반응에 대해서 말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보내고 나서야 진정으로 그런 공감과 위로를 받을 자격이 생길 것 같다. 


이렇게 못난 나지만......

그래도, 

수고하기는 했다. 

내일도 힘내자. 

취준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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