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하면 안돼
취준생이라 쓰고 백수라 읽기 때문에는 아니지만
평소 용돈도 좀 보태고 할 일이라도 있을겸
일주일에 두 번 샌드위치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서비스직 아르바이트는 처음이었기에
두근 반 세근 반 하는 마음으로 5월 어린이날부터 일을 시작했었다.
처음에 알바를 시작할 때에는 주위 사람들 모두 사회 생활도 필요하다고 적극 추천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한 달, 두 달.... 여덟달이 다 되도록 취직은 안하고 알바 생활만 길어지자 다들 슬슬 '그런 알바는 언제까지 할꺼야?' 하며 묻곤 한다.
'그런' 알바.
이력서에 쓸 수도 없고,
관련 직종으로 갈 것도 아니니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 아르바이트.
겨우 시급보다 조금 높은 금액.
단순히 샌드위치를 말고, 계산을 하고, 청소를 하는 노동을 하는 업무.
하지만 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느낀건 생각보다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이다.
1. 단순 노동의 즐거움
2. 처음 보는 사람을 대할 때의 태도
3. 아르바이트이기는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한 지점을 대표한다는 책임감
4. 다른 알바생들보다 못하고 싶지 않은 마음
5. 일을 하면서 깨우치는 작은 생각들
이 다섯 가지 모두 할 말이 많기는 하지만 오늘 제목에 해당되는 번호는 바로 5번이다.
인생을 바꾸거나 진로를 결정하는 등 거창한 것은 아니나 하루하루 습관을 쌓아나가고 아주 약간 다른 나를 만들어 나가는 작은 생각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노라면 이런 생각들을 깨우치게 되는 순간을 종종 마주하게 된다.
오늘 깨우친 생각은
"끝까지 방심해서는 안돼,"이다.
어제 왠지 잠들기가 싫어서 관심이 없던 장르의 웹툰을 정주행 하느라 좀 이른 사람들은 하루를 시작할 때 쯤에 잠이 들고 말았다.
왜 이렇게 늦게 일어냐며 꾸짖음을 받기는 했지만 정작 잠들었던 시간은 약 5시간 정도.
일어나자마자 헐레벌떡 점심약속에 달려나가고 배를 한껏 불린 다음 알바를 가니, 눈에 핏줄이 있다는게 새삼 느껴질 정도로 건조해진 눈을 똑바로 뜨기가 힘들었다.
이러다가 왠지 큰 실수 크게 할 것 같아 손님을 대할 때 유독 신경을 쓰자고 다짐을 했었다.
그렇게 다짐으로 시작한 하루를 보내며 참 신기했던 것이,
'아, 오늘 다행히 실수 별로 안하네,'하는 순간 소스를 잘못 뿌리고,
다시 정신을 부여잡고 일을 하다
'아, 그래도 다행히 크게 잘못한 거 없이 무사히 끝나네,'하는 순간
마무리를 제대로 못하고 포스를 종류해 버렸다.
집중력이라는 것이 어린아이를 돌보는 만큼의 주의를 필요로한다는 것을 느꼈다.
집에 돌아가는 길.
여전히 반쯤 감긴 눈으로 글을 쓰면서
'방심이란 것은 한순간에 훅이구나!'라는
오늘의 작은 생각을 되새기며 하루를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