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투오투오 Mar 12. 2016

겨울 바다

별 하나 별 둘

3월, 본격적인 공채 시즌이 시작하기에 앞서 마음을 다잡고 생각을 정리할 겸 갑작스럽게 여행을 결심했다.

그리고 오랜 친구와 함께 1박2일로 서해바다에 갔다 왔다.


사실, 개인적으로 바다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일단,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고

비린내도 싫고.

여러모로 "바다"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연상되는 이미지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뭐랄까, 늘 "겨울 바다"에 대한 동경은 가지고 있었다.

여름의 그 시끌벅적한 분위기와는 어떻게 다른지.

찬바람이 쌩쌩 부는 바다의 겨울 파도는 얼마나 더 시원하게 마음을 가로지를지.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가슴이 꽉 막히고, 사람이 없는 곳에 가고 싶고, 끊임 없이 펼쳐지는 수평선 너머로 마음의 짐을 던져버리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겨울바다를 보러 갈 것을 추천하고 싶다.


정말 좋았다.


안면도로 갔었는데, 안면도만 해도 그렇게 공기가 좋을지 몰랐다.

텁텁하고 먼지 가득한 도시의 공기와는 달리

들이마시는 순간 바다의 체취와 시원한 바다 바람이 막힌 기관지를 뻥 뚫어주는 느낌이었다.


사람도 없어서 그 넓은 백사장을 거니는 사람이 나와 친구 밖에 없었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파도의 곁으로 다가갔다가, 멀어졌다가, 다가갔다가, 멀어졌다가.

어릴 때 이후로 잘 하지 않았던 유치한 행동에 커다란 웃음이 절로 나왔고,

잘게 깨진 조개 껍데기로 반나절 후면 바다 아래로 사라질 이름을 굳이 한 번 써보기도 했다.


일상에서 벗어나서 그런지 작은 일에도 웃음이 났다.

드넓은 바다는 나의 작은 고민 같은 건 어찌되어도 좋다는 듯 했고,

나도 그 순간 만큼은 간만에 처음으로 '바닷물에 신발을 적시면 안돼' 같은 가벼운 걱정 외에는 고민이 없었다.


너무 추워서 오래 밖에 있진 못했지만,

바닷가가 보이는 숙소에 묶었기 때문에 하루에 몇 번씩 베란다에 나가서 바다를 바라 보았다.


그리고 바다는 밤바다가 최고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원래 나는 개인적으로 어두운 곳에서 걸어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둠이라는 상황이 무섭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 베란다에서 바라본 밤바다는 정말......

한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낮보다도 더 고요해진 주변으로 인해 아까보다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파도소리가 바로 지척에서 들리는 듯했다.


리조트의 몇몇 불빛과 등대의 맑고 작은 불빛을 빼면 칠흙같은 어둠이 그 앞에 자리하고 있었다.

시린 공기와 끝이 안보이는 어둠.

그리고 그 위에 떠있는 가느다란 초승달과 빛나는 별들.


어둠이 무섭기는 하지만 그렇게 어둡기에 수많은 별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생각을 정리하러 가는 사람이 그러하듯 그 별들에 의미를 부여했다.


어느 하늘에든 똑같이 떠있지만

주변이 어두워야 더욱 빛나는 별처럼


나 또한 맑은 날이 저물고 어둠이 찾아와 두려움이 앞서지만

그렇기에 내 안에서 더욱 빛나는 별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늘 가져왔던 좋은 점이 너무 밝은 태양에 의해 가려져 존재 조차 몰랐었다면

이제 그 안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파묻혀 있던 오랜 별들의 먼지를 닦아 줄 때가 된 것이라고.


나와 별 하나 별 둘.

그리고 파도소리.

바다.


우리 모두 자신만의 별들을 찾아낼 수 있기를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벌써 삼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