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아직도 모르겠는 수많은 것들
28살.
오늘을 기점으로 어느새, 벌써, 4월이 되었다.
만우절의 실제 기원과는 상관없이 개인적으로는 사람들이 벌써 일 년의 1분기가 지났다는 사실이 안 믿겨 4월 1일을 만우절이라 칭한 게 아닌가 싶다.
그 정도로 아직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데 일 년의 4분의 1이 지났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는다.
스물여덟 해. 그리고 또 3개월.
고등학교 친구들과는 십년지기가 되었고, 흐르는 세월이 덧없고 너무나도 빠르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는 나이가 되었다.
나름대로 살아오면서 여러 일들이 있었고, 모든 경험이 덧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 가지 너무나도 아쉬운 점은 아직도 내 자신을 한 마디로 어떻게 정의하면 좋을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나는 무엇 무엇을 좋아하고, 어떠어떠한 사람이다.
이 한 문장을 말하기 위해서는 은근히 많은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알아야 하고, 여태까지 내가 그려온 나의 삶에 대해 나만의 신념과 의지가 있어야 저렇게 한 문장으로 내 자신을 소개할 수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여태까지 내가 이뤄온 것이란.
학교 졸업장. 그리고 아마 이제는 어떤 회사에 다닌다는 타이틀?
내 스스로 해낸 것들이기는 하지만 과연 거기에서 내 신념과 의지를 읽을 수 있는가 싶다.
어쩌면 요즘 회사가 이전보다도 더욱 싫고, 매일 나가서도 끝나는 시간만을 바라는 것이 이러한 태도에서 비롯된 것 같기도 하다.
사회가 정해둔 코스대로만 발을 옮기다 보니, 그 안에서 스스로 생각하는 법과 자신이 살고 있는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계속해서 현실 부정과 도피만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올 한 해는 나에 대해 더욱 알아가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콘텐츠를 소비만 하기보다는 직접 만들어나가는 생산적인 취미도 가져보고.
외부에서 쥐어주는 타이틀 이외에 "나는 어떠한 사람이다"를 정의 내릴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해보고 싶다.
인생에 정답이 어디 있겠냐 싶지만 집에서 소파나 침대 위에 움츠러들어 있는 것보다는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며 글로 써 내려가는 것에서부터 하나 둘 시작하다 보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나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인생은 길고! 내일의 나보다는 오늘의 내가 시간이 더 많으니깐! (아마도)
글을 발행하다가 딱 3년 전, 2016년 4월 6일에 작성했던 글을 발견했다.
재밌는 건 그때 했던 고민과 지금의 고민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때도 결국에는 내가 어떤 것을 원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방황하는 모습을 글로 담았고, 3년이 지났어도 아직도 과거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기는커녕 똑같은 질문을 또 던지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나란 사람이 하는 고민이 변하지 않은 게 신기하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결국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한 체 나이만 먹어가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그나마 긍정적인 건 그때 했던 고민보다 지금 하고 있는 고민의 무게가 더 가볍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취준생이었을 때와 직장인이 되고 나서의 차이일 수도 있겠지만 어디에서든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이 지금은 인생 뭐 있나!라는 작은 푸념으로 바뀌었달까.
여전히 우울한 색의 고민들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3년 전처럼 내가 필요 없는 존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이건 아마 직장인이 되고 보니 딱히 직업을 갖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특별히 훌륭하다거나 재주가 좋지는 않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인 것 같다(그러니 취준생들은 어떤 상황에서든 자기 자신을 비하하거나 낮추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어쩌면 3년 뒤에도 똑같은 고민을 또 하고 있을 내가 벌써부터 눈에 보이듯 그려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같은 고민이라도 조금씩 그 내용과 결을 바꾸며 차곡차곡 쌓다 보면 언젠가는 질문이 아닌 하나의 답으로 진화해 있지 않을까 작은 기대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