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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도 Jul 17. 2019

#2, 이 사람들은 도대체 왜 이럴까?

경찰, 현장 속으로 2회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id=201907121431151&code=115




이해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행동들… 온갖 범죄 치우고 치워도 사라지지 않아


파출소에 출근해서 가장 많이 하는 일은 도시 곳곳에 흘러넘치는 범죄를 목격하는 것이다. 집에는 부인을 폭행하는 남편이 있고, 거리에는 욕을 하며 노상방뇨를 하는 주취자가 있다. 솔직히 말하면 이런 일련의 풍경들이 지긋지긋할 때가 많다. 범죄는 치우고 치워도 사라지기는커녕 치우는 만큼 더 생긴다. 도대체가 끝이 없다. 인간의 밑바닥이란 밑바닥은 다 본 것 같은데, 매일매일 그 사람을 넘어서는 밑바닥 인간이 등장한다. 엔딩이 없는 이 게임에서 이제 그만 ‘로그아웃’하고 싶을 때도 있다.


택시기사님이 승객이 택시 안에 놓고 간 휴대폰을 맡기고 가셨다. 잠시 후 연락을 받은 휴대폰 주인이 파출소에 왔다. 이 사람이 진짜 주인인지 확인을 해야 했기 때문에(간혹 주인이 아닌 사람이 주인인 척 가져가는 경우가 있다) 이름과 연락처를 물었다. 그러자 갑자기 나를 째려보는 게 아닌가? 개인정보를 왜 꼬치꼬치 묻냐는 것이다. 그는 나를 잔뜩 노려보다가 돌아갔다.


파출소에 들어와 막무가내 요구


갑자기 파출소에 들어와서 “커피 한 잔만 주쇼!”라고 외치는 사람도 있다. 못드린다고 했더니 “내가 낸 세금으로 커피 먹는다는데 왜 못먹게 해?”라며 막무가내다. 200장이 넘는 A4용지를 가져와 전부 복사해달라는 사람도 있다. 역시 “여기 있는 종이들 다 내 세금으로 산 건데 왜 못쓰게 해!”라며 커피 달라는 분과 같은 논리를 펼친다. 이 분들은 도대체 얼마의 세금을 내길래 이토록 당당하게 요구하는 것일까. 문득 궁금해진다.


식당에서 손님이 음식값을 내지 않고 도망갔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범인을 검거한 적이 있다. “왜 그랬느냐”고 물으니 자신은 인터넷 방송을 하는 BJ란다. ‘돈 안 내고 튀기’ 콘셉트로 생방송을 진행 중이었다고 한다. 원래 처음 콘셉트는 ‘노숙자에게 밥 사주기’였다. 노숙자 한 명을 섭외한 뒤 식당에 데려갔는데 노숙자가 자신과 시청자들의 기대만큼 밥을 ‘게걸스럽게’ 먹지 않았다고 한다. 노숙자는 ‘개처럼 밥을 퍼먹는’ 대신 소주만 마셨고, 결국 자신들이 기대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자 BJ는 ‘재미없다’며 화를 내는 시청자들의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 즉석에서 콘셉트를 바꿔 무전취식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왜 이러고 사는 것일까. 이런 방송을 돈 내고 봐주는 사람들은 또 뭘까. 물음표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뿐, 비정상적인 인간에 대한 이해는 평생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음주운전이 의심된다는 차량이 있어 신속히 출동했다. 곧 차량을 따라잡는 데 성공했다. 지그재그로 운행하는 것이 정말 음주운전으로 추정됐다. 사이렌을 울린 뒤 순찰차로 그 앞을 막으려는데 별안간 뒤에 있던 차량이 우릴 향해 클랙슨을 울리는 것이 아닌가? 그러더니 창문을 내리고 “운전을 그따위로 하면 어떡해!”라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경광등을 켜고, 사이렌으로 음주 의심차량에 정차명령을 내렸기 때문에 어떤 상황인지 모를 리 없었을 텐데…. 계속해서 순찰차를 향해 클랙슨을 울리며 욕설을 하는 운전자를 말리는 사이 음주 의심차량은 도망가 버렸다. 황급히 옆 파출소에 지원 요청을 해서 다행히 잡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알고보니 아는 사이라 ‘내가 경찰의 정신을 빼놓을 테니 그 사이에 도망가라’고 도와줬던 걸까? 차라리 그렇다면 그 행동을 이해라도 했을 텐데. 왜 단속 중인 경찰에게 욕설을 한 것일까.


출근해서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이 사람은 왜 이럴까’다. 이 사람은 왜 이럴까. 어쩌다 남에게 피해만 입히는 어른으로 자라게 됐나. 나는 ‘인간’이기를 거부한 자가 이제껏 쌓아올렸을 죄의 크기를 가늠해본다. 죽을 때까지 살면서 만들어갈 죄의 크기도 상상해본다. 이 자는 숨이 붙어 있는 내내 남들을 못살게 굴겠지, 늘 술에 취해 있을 것이고 과일가게 상인들이 진열해놓은 과일을 수시로 훔쳐먹으며 아무 곳에나 오줌을 갈기고 그 위에 드러누워 세상 편하게 잠을 자겠지. “당신은 무엇을 위해 그렇게 인간 이하의 삶을 살며 사람들을 괴롭히는 건가요”라고 나는 정말 묻고 싶다.


나도 망가진 ‘잡놈’이 되어가는 걸까?


파출소 인근 광장에 만취한 여자가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적이 있다. 현장에 도착한 나는 구토를 할 뻔했다. 의식 없는 여자 주위를 십수 명의 노숙자들이 에워싸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를 노려보며 호시탐탐 여자를 데려갈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짐승도 이러진 않을 텐데. 심지어 한 노숙자는 여자의 짐을 주워담으면서 일행인 척 모텔에 데려가려고 했다. 우리가 출동해서 그에게 “여자분과 아는 사이냐”고 물으니 당황하다가 이내 짐을 버리고 도망쳤다. 토할 것 같았던 그날의 공기는 가능하다면 내 기억에서 싹둑 잘라내고 싶은 장면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런 고통스러운 기억은 오래오래 살아남아 나의 감정을 갉아먹는다.


중앙경찰학교에서 교육을 마치고 처음으로 발령받은 파출소, 그곳에는 독특한 단골이 있었다. 이 단골 아저씨는 옷을 입지 않은 상반신에 낚시조끼 하나만 걸치고 다녔다. 조끼 단추를 일부러 안 잠그는 건지 뱃살 때문에 잠그지 못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걸치다시피 한 낚시조끼 사이로 매번 속살이 다 보였다. 땀을 많이 흘려 냄새도 많이 났다. 공공연하게 동네에서 혐오감을 주고 다니는 사람이었다. 알고 보니 친엄마를 강간한 일로 복역한 일이 있는 전과자였다. 그 외에도 지속적으로 무전취식, 폭행 등을 저지르고 다녔지만 인근 상인들은 보복이 두려워 진술서를 써주지 않아 체포에 어려움이 있었다. 경찰로서 나는 무기력했다. 어떠한 조치를 해줄 방법이 없었다. ‘어쩌면 경찰관이 궁극적으로 해야 할 일은 극악범죄를 저지르거나 교화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흉악범을 이 세상에서 없애는 일이 아닐까’란 생각마저 들었다. 선과 악의 경계가 희미해졌다. 나는 윤리적으로 망가진 나를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았다.


“유능한 경찰이 되려면 잡놈이 되어야 한다”고 선배들은 말했다. 잡놈을 상대하고 제압하려면 ‘잡놈보다 더한 잡놈’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어쩌면 나는 이미 어느 정도 잡놈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바지를 입은 채로 오줌을 누는 알코올중독자를 보며 ‘저런 인간은 살아봤자 뭐하겠냐’는 생각이 들었고, 현장체포로 강제연행된 것에 항의하기 위해 순찰차 뒷좌석에서 옷을 벗은 뒤 알몸 상태로 담배를 뻑뻑 피워대는 주취자를 보며 그가 고통스럽게 죽기를 기도한 적도 있다. 나는 정신적으로 망가진 나를 마주하는 것이 슬프다. 누가 나를 이렇게 만든 것일까. 대한민국 경찰관은 이렇게 윤리적으로 망가진, 잡놈이 되어갈 수밖에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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