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이야기 9

쓰리시티즈 - 골목 탐방

by 세라 Sera

9월 16일 금요일


도시의 이름이 쓰리시티즈(Three Cities) ‘세 도시’인가 했는데, 도시 세 곳을 함께 가리키는 말이었다. 3개 도시란 빅토리아사(Vittoriosa) 코스피쿠아(Cospicua), 센글레아(Senglea). 예전에는 비르구 (Birgu), 보르믈라 (Bormla), 센글레아(Senglea)라고 불렸던 세 도시는 돌기처럼 뻗어나와 있다.


쓰리 시티즈로 가기 위해 몰타의 워터택시를 이용하기로 했다. 발레타 어퍼바라카 공원의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몰타 버전의 곤돌라라 불리는 Dghajsa(다이사)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작고 컬러풀한 보트에 올라 이제 뱃사공이 천천히 노를 저어가나 했는데, 웬걸 모터로 부르릉 시동을 걸고 달린다. 배에 달린 노는 장식품일 뿐이다. 그래도 바다를 가르며 나아가는 배 위에서 맞는 따뜻한 바람, 페리와는 다른 속도로 다가오는 쓰리시티즈의 풍경을 음미하는 것은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다이샤가 데려다준 첫 도시는 빅토리오사. 성 요한 기사단의 처음 발자취를 남긴 곳이다. 1530년 성 요한 기사단은 몰타 섬으로 본거지를 이전하면서 내륙에 있는 몰타의 수도 임디나를 떠나 조금 더 해전에 유리한 위치인 이곳 빅토리아사(당시 비르구)에 성 안젤로 요새를 짓고 수도를 이전했다. 오스만 제국과의 전쟁에 대비하고 충분한 방어 대책을 세우기 위한 것이다. 동시에 그들은 하루 빨리 자신들의 고향같은 로도스로 귀향할 희망을 품고 있었다.


그러던 1565년 5월, 4만 명의 오스만군이 몰타를 공격했다. 기적처럼 성 요한 기사단은 오스만군을 막아냈고 전쟁을 승리로 이끈 것을 기념해 도시 이름을 비르구(Birgu)에서 ‘승리한 도시’ 라는 뜻의 빅토리아사(Vittoriosa) 로 바꾸었다. 훗날 새로운 수도 발레타를 건설했지만 그 뒤로도 빅토리아사는 기사단에게 중요한 곳이었다. 항해를 위한 거점으로 조선소와 무기고를 이곳에 남겨두었기 때문이다.


빅토리오사의 끝에는 성 안젤로 요새가 서 있다. 요새로 들어가 바다 앞에 서니 반대편에는 발레타의 그랜드 하버가 보인다. 암석투성이의 들쭉날쭉한 해안은 곳곳에 좁은 만과 협곡을 만들어놓았다. 어떻게 저렇게 천연적인 방어전진기지가 생겨났을까. 요새를 둘러보고 내려와 무작정 골목길로 들어가 보았다. 그랬더니 전혀 예상치 못한 풍경이 펼쳐진다. 건너편 발레타와는 또 다른, 서민적이고 아기자기한 느낌의 집들이 이어져 있었다. 성 요한 기사단이 ‘로도스의 귀향’ 을 꿈꾸며 재현했다는 골목 ‘콜라끼오(Collachio)’였다. 돌로 만들어진 좁은 골목길 양 옆으로는 몰타에 처음 세워진 성요한 기사단의 병원시설과 저택 등이 세월을 견디고 있다.


부드러운 햇살이 내리쬐는 호젓한 골목길은 일상으로부터 격리된 느낌. 중세의 어느 시간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온 기분이다. 라임스톤으로 지어진 집들은 언뜻 보면 비슷해 보였지만 가까이 다가가 살피면 하나같이 개성이 뚜렷했다. 집집마다 단장해놓은 문과 문고리, 화단, 담쟁이덩굴. 하나같이 고상하고 기품이 있다. 내가 이 마을 사람이라면 어떻게 집을 꾸몄을까.


지중해의 바람과 태양에 몸을 맡긴 요트처럼 가만히 머물고 싶던 하루, 오후 내내 빅토리아사와 옆 도시 센글레아의 골목들을 배회하며 보냈다. 어느 집에서는 아이와 엄마의 대화가 창문 밖으로 새어 나왔다. 어느 집에서는 라디오에서 음악 소리가 흘러 나왔다. 저 집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집 안은 어떻게 단장해 놨을까. 간혹 집의 현관 앞에 고양이 먹이가 놓여있는 집도 만날 수 있었다. 주인의 따뜻한 마음 씀씀이가 느껴져 그늘 진 골목도 환하게 다가왔다.


여행길에서 만나는 ‘작은 것들’이 마음에 주는 진동은 오래 간다. 작은 풀, 작은 꽃, 작은 동물들, 너무도 평범해서 스쳐갈 수 있는 ‘작은 사람들’.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가슴 깊이 밀고 들어온다. 쓰리 시티즈의 골목은 빠른 걸음으로는 볼 수 없던 중요한 것들을 이방인에게 슬쩍 내보여 주었다.


* 관광지

<성 안젤로 보루 (Fort St. Angelo)>

16세기 대포위전에서 기사단이 본진을 둔 보루. 몰타에 근거지를 두기 전에는 Castrum Maris(바다의 성)로 불리는 귀족 나바가 가문의 소유의 성이 있었으나 기사단 도착 후에는 기사단의 본부로 요새가 되었다.기사단이 몰타를 떠난 후에는 지중해의 영국 해군본부 및 NATO 6개국 연합 본부로 정해져 있었다. 현재 보루의 상층부는 기사단의 관할로 현재도 기사 1명이 살고 있고, 하층부는 몰타 정부의 관할이다.


<비르구 마리나&워터프런트(Birgu Marina & Waterfront)>

산책에 지치면 휴식하기에 좋은 곳이 워터프런트 구역. 휴식할 수 있는 장소가 적은 쓰리시티즈에서는 귀중한 장소이다. 요트 마리나를 중심으로 번창한 멋을 간직한 구역으로 레스토랑, 카페 등이 즐비하다.

<세인트 로렌스 교회>

비르구의 본당 성당, 몰타의 건축가 로렌조 가파가 만든 빅토리오사의 세인트 로렌스 교회는 성 요한 기사단이 몰타에서 제일 처음으로 사용한 수도 성당이다.

가르디올라 공원

<종교 재판소 (Inquisitor's Palace)>

중세 유럽에서는 정해진 종교 이외의 종교를 믿는 이교도는 엄하게 처벌받았다. 기사단이 본거지를 두던 시절에 만들어진 종교재판소는 훗날 나폴레옹이 이끄는 프랑스군이 섬을 점거할 때까지 사용되었다. 감옥으로 쓰였던 지하에는 당시 잡혀 있던 이교도들의 낙서 흔적이 생생하게 남아 있다.


<가르디올라 공원(Gardjola Gardens)>

센글레아 반도 끝에 있는 세이프 해븐 공원. 그랜드 하버를 사이에 두고 강 건너편으로는 발레타, 오른쪽으로는 성 안젤로 보루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적의 침입을 감시하기 위해 세운 전망대도 있다. 탑에는 감시의 상징으로서 눈과 귀, 학이 조각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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