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아 moi Oct 23. 2023

불 켜진 밤

 

 내 공간에는 나의 희로애락이 담겨있다. 매일 집으로 돌아와 되새겼을 그날의 감정이 기억과 함께 남아있다. 내 공간 안에서 나는 휴식해야하지만, 문득 떠오르는 옛 기억, 그리고 그 기억과 함께하는 온갖 감정이 찾아드는 날이 있다. 한밤중, 흐릿해진 기억과 달리 선명하기만 한 감정으로 숨이 막힐 것 같은 순간이 찾아오면, 온 집안의 불을 다 밝혀야만, 내 숨하나 제대로 쉴 수 있다. 내 집, 그곳을 벗어나기에는 깊어져 버린 밤, 그 밤하늘의 어두움 속으로 빠져들 것만 같아, 불을 켜는 것만이 내가 편히 숨 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통제되지 않는 정신이 싫어, 즐겨하던 술도 더 이상 흥이 나지 않는다. 술에 취해, 그날들로 돌아가, 그때의 감정에 매번 휘둘려 버리는 그 상황을 이제 멈추고 싶다. 벌어졌던 사건, 그때의 감정들이 새겨져, 내 안에 트라우마가 되었다가, 어느 날에는 발작 버튼으로 돌아온다. 매번 찾아와 나 자신을 다치게 할 그 순간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그 의지 없는 다짐을 멈추고 싶다.

 

 퇴사 후, 나는 매일 꿈을 꾼다. 나와 얽혀있다 지나간 사람들과 만나야만 하는, 그 꿈속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매일 나는 한 사람 한 사람과 정성스럽게도 꿈을 꾼다. 꿈에 지쳐 잠에서 깨어난 나의 아침은 하루하루가 무겁기만 하다. 무엇이 나 자신을 묶어두고 있기에 쉼이 되어야 할 지금 시기에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는 걸까. 내 무의식 속에 어떤 죄책감과 후회가 남아, 내 꿈속에서 반복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혹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그날들을 반복하며, 나 자신을 치유하고 있는 거냐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내 꿈에서 매일매일 치유되기를, 기꺼이 이 꿈들을 꾸겠다고 생각한다.



 내 친구들과의 만남은 편안하다. 가장 나를 잘 이해해 준다고 생각되는 그들과의 만남은 사람 관계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완화해 준다. 사람들과 관계하다 보면 느낄 수 있는, 이중성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편안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과의 사이가 이렇지만은 않다. 어떤 모임에 대한 애착은 깊어지지만, 그 안에서 사람마다의 관계를 생각하면, 오롯이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을 때가 있다. 모든 사람과 괜찮은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한 사람, 때때로 느껴지는 서로에 대한 불편함이 거북스럽다. 아직은 그 모임에 대한 마음이 더 크기에 이 불편함을 앞으로도 꽤 감수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기에 힘이 든다. 그저 마음 편하게 내려놓는 것이 나를 위해서 최선이겠지만, 이미 감정이 얽혀버린 만큼 쉽지 않다. 조금씩 그 사람에 대한 불편함도 시간이 지나면, 대단한 것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 사람과의 거리에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만큼 뒤로 물러나 있자며 나를 다독인다.

 그저 아무렇지 않은 듯, 평소의 나보다도 더 즐겁다는 듯한 내 모습이 나 자신도 낯설어 그 낯섦을 이기기 위해 빠르게 한잔 두 잔 마시며, 나를 연기하고 있는 나와 또다시 만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불면 중, 中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