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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 moi Oct 30. 2023

맛동산 생산자

그리고 집사의 중요한 일과 (사진은 애기 힝구 시절)


 나는 고양이 집사로서, 반드시 해야 하는 아침, 저녁 루틴이 있다. 그것은 바로 힝구의 화장실 사용 유무 체크 및 위생 상태 관리다.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과인지 설명하자면, 주인님의 안위와 연결된 일로써, 고양이 힝구의 용변 생산활동 유무와 생산된 용변을 통해, 힝구의 건강 상태를 유추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감자(소변)의 수확 횟수를 통해, 힝구의 음수량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맛동산(똥)의 수월한 생산을 위해서도 음수량은 중요하다. 맛동산의 형태가 좋은 날, 집사는 이내 안심하며,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다.

 용변 상태를 확인하고 나면, 용변을 처리하고 반려동물 전용 체취 제거 스프레이를 이용한 소독으로 쾌적한 상태로 화장실 세팅을 마친다. 마치, 새 모래를 깔아놓은 듯, 뽀송뽀송한 모래가 준비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힝구가 급하게 화장실을 찾는다. 힝구는 이때가 가장 진지하다.


 만약, 하루 종일 힝구가 고작 감자(소변) 한 덩어리만 생산해 냈다면, 내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1일 1 똥은 양질의 삶을 위해 필요한 활동인데, 저 작은 몸 안에 하루치 똥이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사실에 마음이 편하지 않다. 그런 날이면, 힝구의 음수량과 급여량을 체크하며, 수시로 힝구의 화장실을 확인하곤 한다.


 바쁘게 화장실로 달려간 힝구가 갑자기 울기 시작한다. 딱 맛동산을 생산할 타이밍인데, 힝구는 똥 배출이 쉽지 않은 듯하다. 속상한 집사가 화장실로 향하려는데, 울음이 멈추고 곧 야무지게 모래를 덮는 소리가 들려온다. 촤악 촤악, 고 녀석 성공했구나. 힝구에게 다가가던 나를 빠르게 지나쳐 가는 존재, 성공적 맛동산 생산으로 한껏 기분 좋아진 힝구의 우다다 세리머니가 시작되었다. 아니 저기 잠깐, 힝구 똥구멍부터 닦고 놀자. 내가 물티슈를 꺼내 드는 순간, 힝구의 우다다가 더욱 거세진다. 어휴 그렇게도 개운하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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