消化
아직 준비되지 않은 감정들이 사람들 앞에 드러날 때가 있다. 스스로 감정을 인식하고 처리하기도 전에 표출된 감정들 앞에서 진짜 내 민낯이 드러난 것 같아, 자신을 자책하기도, 잠깐 내 감정을 다스릴 수 있을 때까지 관계에서 멀어져 보기도 한다.
그렇게 또다시 내가 원치 않는 감정들이 사람들에게 드러나지 않도록 나를 추스른다.
다양한 상황에 대응하다 보면, 다양한 감정을 마주하게 된다. 그 상황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모든 순간을 대비할 수 있는 것이 아님에도, 갑자기 튀어나오는 긍정적이지 못한 감정들이 달갑지 않다. 그저 평온한 상태, 긍정적인 감정들만이 일상의 내가 허용할 수 있는 범위인데, 불쑥 튀어나오는 감정들은 내 것임에도 통제가 쉽지 않다.
감정이라는 것들은 내 것인 듯 아닌 듯, 때때로 나를 당황하게 한다. 그 순간, 자책하던 나를, 통제하려던 나를 조금씩 내려놓기로 한다. 상황마다 쉽게 드러내지 않으려 했던 감정들도 어차피 나의 감정들이니까.
그리고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이 아닌, 그 감정이 시작된 그 지점에 집중하려 한다. 그저 통제하기보다는, 이해하고 받아들이다 보면, 내 감정을 내 안에서 자유롭게 다룰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