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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 moi Nov 07. 2023

이거 진짜 비밀인데,

라고 말하는 순간 비밀은 없다.


 누구나 비밀을 가지고 있다.

비밀(祕密_숨길 비, 빽빽할 밀) 남에게는 알려서는 안 되거나 드러내지 않아야 할 일 혹은 숨기어 남에게 공개하지 않는 일.                                                                             [네이버 사전]


 그렇다. 비밀은 남에게 공개되지 않은 이야기다. 그 비밀은 당사자와 관련된 한 사건일 수도, 누군가에 대한 감정일 수도, 뜻밖에 알게 된 타인에 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비밀은 당사자 혹은 관련된 누군가가 알려주기 전까지는 그 비밀의 정체를 알 수가 없고, 그렇기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 비밀은 우리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하며, 알고자 하는 욕구가 발생한다. 누군가의 비밀을 알게  되는 순간, 알고자 하는 욕구가 채워질 때 쾌감마저 느낄 수 있다. 

 또한, 비밀의 당사자 혹은 관련된 사람이 그 비밀의 존재를 비밀로써 간직하지 못할 때도 있다. 그 비밀의 무게를 나누고 싶어서일 수도 있고, 위로와 공감을 받고자 비밀을 나누기도 하며, 때때로는 험담식의 대화로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한다. 그렇게 비밀 공유는 또 다른 비밀을 만들어 내곤 한다.


 사람이 느끼는 쾌감을 수치화해 본다면, 궁금증을 해소했을 때가 100점 중 5점, 위로를 받았을 때가 10점, 험담했을 때가 19점이라고 한다. 적당한 취기가 1점, 당 섭취가 3점, 좋아하는 사람과 만남을 가졌을 때가 8점으로, 앞서 말한 쾌감 지수와 비교해 보면, 비밀을 공유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상황과 그때 느끼는 쾌감이 제법 크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래서일까, 누군가가 나에게 다가와 '있잖아, 이거 비밀인데'라고 말하는 순간, 나의 집중력이 올라가고, 내 호기심은 왕성해지며, 알고 싶은 욕구도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버린다.



 비밀을 공유한 사람들과 일시적 동맹을 맺기도 하지만, 내 비밀이 누군가에게 비밀 아닌 비밀로써 전해지다가 나를 향해 다시 돌아온다. 그리고 나는 누군가의 적이 되기도, 사람들의 가벼운 이야깃거리가 되어버리기도 하는데, 이처럼 가볍게 여긴 비밀의 나비효과는 나를 상처 입힐 수 있다. 비밀 유지란 타인에게 공개하지 않았을 때 가능한 것이다. 타인에게 내 비밀은 내가 느끼는 무게와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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