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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 moi Nov 15. 2023

관계 예방접종 상시 예약 중

면역체계 키우기


전염, 傳染(물들 염)
다른 사람의 습관, 분위기, 기분 따위에 영향을 받아 물이 듦

                [네이버 국어사전]



 서로의 파동이 부딪힌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건 눈에 보이지 않는데, 그 마음이 일으키는 파동이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그 파동의 영향력은 커지고,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타인의 마음도 감정의 영향력도 미약해진다. 나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파동은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그저 타인의 것이라 치부하기에는 무시할 수 없고, 마냥 좋지만은 않은 영향들이 있다. 그것에 물들여지기를 원치 않는다면, 피하면 그뿐이지만, 단숨에 선을 긋기에는 그 사람과의 관계에 얽혀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함께해야 할 일, 함께한 시간, 추억, 혹여나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까지 얽혀있다면 단순한 일이 아니다.

 

 그 유쾌하지 않은 파동을 애써 모른 척한다. 내 탓이 아닌 네 탓이라 몰아가기에는 일방적인 액션과 리액션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나간 기억을 떠올리며, 또 한 번 내 태도와 기분과 감정을 섣불리 겉으로 드러내지 말자고 다독인다. 타인에 대한 섣부르고 편협한 판단과 나를 위한 합리화를 하지 않도록 관계 접종이 필요하다.



 

 백신은 종류에 따라서 그 접종 주기와 횟수가 다르다고 한다.

 관계 접종은 한 번의 접종으로 완벽한 면역력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백신 투여가 필요하다. 사람의 마음은 유동적이다. 외부의 영향에 의해 쉽게 그 진심은 변하기도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관계 면역력을 키워주어야 하는 것이다.

 타인과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소통하고, 너무 자신만의 생각에 매몰되지 않도록 마음을 단련시켜야 한다.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시간을 보내는 등의 혼자 있는 시간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시간 동안 외부로부터 전염되어 온 것들이 내가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내 관계 면역을 무너뜨리고 나를 아프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나간 경험들은 데이터로 축적되어 있다. 마치 백신을 통해 단련된 내 면역 체계처럼, 관계 백신의 효과로 관계 데이터들이 채워진 것이다. 이 데이터를 통해 내가 어떻게 반응하고 행동해야 할지를 생각할 수 있다. 앞으로 또 발생할 수 있는 전염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새로운 데이터를 더해 다음을 예방할 수 있다.


 감기처럼 갑자기 찾아오는 이 상황을 위해 면역력을 높여보자. 내 관계 면역력을 높이고 내 좋지 않은 파동이 누군가에게 전염되지 않도록, 잠시라도 사람들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시간을 처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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