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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 moi Nov 13. 2023

겨울 냄새

후각 기억


 급격히 차가워진 날씨에 보자기에 넣어두었던, 패딩을 꺼내 입었다. 가을이 맞는 건가 싶을 정도로 최근까지도 포근한 날씨가 이어졌다. 그러다 추위가 찾아왔지만, 계속 가을 같지 않은 날씨가 반복되다 보니, 이번 추위를 맞이했을 때도, 계절이 바뀌고 있다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러다 이제 가을이구나 싶은 순간, 가을은 스쳐 가 버렸고, 겨울이 왔다. 찍먹파 가을이었다.



 지난 주말 저녁, 바깥공기를 한참이나 맞고 카페 안으로 들어온 친구에게서 겨울 냄새를 맡았다. 그제야 계절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인식하지 못했던 계절의 변화들이 내 속에 쌓여 있다가 겨울 냄새를 맡고서야 겨울을 알아챌 수 있었다.

 향기는 없지만 맡을 수 있는 그 겨울 냄새를 어찌 표현해야 할까. 차가운 바람이 옷깃, 옷소매 여기저기에 스며들어 있다가 우리의 후각을 자극한다. 후각은 계절을 기억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 겨울이면 바짝 마른빨래에서 나던 냄새가 내 첫겨울 냄새다. 한겨울 바깥에 널어놓은 빨래는 버석하다 못해, 파사삭 부서질 정도로 얼어있었다. 처음 얼어있던 옷을 발견한 날인지, 겨울이면 언제나 보던 빨래였을지 선명하지 않은 기억이지만, 그 빨래에서 나던 냄새는 절대 잊을 수 없다. 최근 여러모로 여유가 생겨서일까, 한동안 인식하지 못했던 계절의 냄새를 다시 맡기 시작했다. 계절은 고유의 냄새를 가지고 있다. 


 시골,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그 시간, 바짝 말라버린 낙엽들을 긁어모아 태울 때, 맡을 수 있는 그 냄새는 포근한 봄, 후덥지근한 여름날에는 절대 맡을 수 없다. 차가운 공기를 가르는 마른 잎이 내뿜는 매캐하지만 향긋한 그 연기 또한 겨울 즈음에만 맡을 수 있는 겨울 냄새다. 그 냄새를 맡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언젠가 겨울날, 시골집 아궁이에서 구워 먹은 군고구마가 떠올라서일지도 모른다.


 냄새에 예민한 것은 아니다. 그저 각자가 가진 고유의 냄새들에 매료되곤 하는 것이다. 냄새를 맡으며 떠올 릴 수 있는 그때의 감정들과 기억들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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