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아 moi Nov 24. 2023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니?

고양이어(語)


 고양이는 냐옹냐옹하고 운다. 자기 이름을 불러주면, 냐옹하고 대답하는 고양이들의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된다. 유난히 수다스러운 고양이는 집사에게 어찌나 끊임없이 말을 거는지 그 모습이 사실 부럽다.

 힝구는 냥냥거리는 고양이는 아니다. 그래도 자기를 부르는 소리를 듣고 언제나 쪼르르 달려온다. 말수는 적지만 힝구의 행동 언어만큼은 그 어떤 고양이도 따라올 수 없다. 지난밤도 힝구와 밤을 새우고 말았다.


 말수가 적은 힝구가 유일하게 냐옹하고 울 때가 있다. 바로 배가 고프니 밥을 달라고 요구할 때이다. 이때만큼은 힝구도 자기 목소리를  제대로 낼 줄 안다. 다만, 다른 고양이와 달리 볼륨이 0에 가까울 정도로 아주 조용하게 '냐옹' 하고 운다는 것이다. 그러다 힝구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은 날이면 집사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냐옹과는 다른 울음소리를 낼 때도 있다. 연신 우웅하고 울면, 왠지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무엇이든 힝구의 말을 들어주고 싶어 진다.

 그런데, 이 울음소리는 해석보다는 찍기가 필요하다. 힝구는 제때 밥도 먹었고, 헥헥거릴 정도로 놀이를 마친 직후라 물도 야무지게 마셨다. 직전에 감자까지 생산했기에, 집사는 도통 저 울음의 이유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혹시나 하고 화장실로 다시 가보지만, 역시나 맛동산이 나올 시간은 아직 멀었다. 화장실 모래는 깔끔하기만 했다.


 그러다 깨달았다. 힝구는 내 관심이 필요할 때도 우웅하고 운다는 것을. 그래서 화장실에서 감자를 생산하는 힝구를 가만히 바라봐 주면 그 울음을 멈춘다는 것을 말이다. 내가 화장실에 갈 때면 내 곁을 지켜주던 힝구는 자기도 그렇게 곁을 지켜주기를 원했나 보다.


 내가 들을 수 있는 냐옹은 확신의 밥 줘, 냐옹뿐이다. 사실 그 단조로운 냐옹소리에도 다양한 의미가 담겨있을지도 모른다. 집사가 정확히 구분하지 못할 뿐.


 힝구어(語)를 배울 수 있다면 좋겠다. 집사는 언제나 힝구에게 귀 기울이고 있는데, 힝구어가 서툴러 우리 사이의 소통은 원활하지 않다. 그래도 힝구는 나름 인내심을 가지고 자신의 이야기를 해준다. 내가 알아들을 때까지.

 미니탁구공을 가지고 놀고 싶으면, 그 상자 앞에 서서 앞발로 긁기 시작하고, 나에게 관심을 받고 싶을 때는 내 몸에 헤드번팅을 하며, 눈치없이 움직일 줄 모르는 내 손을 머리로 툭 친다. 집사가 황급히 힝구를 쓰다듬기 시작한다. 힝구는 그제야 만족한 듯, 내 손길에 미소 띤 얼굴을 하고 있다. 그런 힝구를 보며,


 

 지난밤처럼 힝구 마음을 몰라주는 집사의 팔이 힝구의 스크레쳐가 되지 않도록 힝구어(語)를 열심히 배워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온기에 적당히 녹아내린 고양이는 고소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