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어(語)
고양이는 냐옹냐옹하고 운다. 자기 이름을 불러주면, 냐옹하고 대답하는 고양이들의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된다. 유난히 수다스러운 고양이는 집사에게 어찌나 끊임없이 말을 거는지 그 모습이 사실 부럽다.
힝구는 냥냥거리는 고양이는 아니다. 그래도 자기를 부르는 소리를 듣고 언제나 쪼르르 달려온다. 말수는 적지만 힝구의 행동 언어만큼은 그 어떤 고양이도 따라올 수 없다. 지난밤도 힝구와 밤을 새우고 말았다.
말수가 적은 힝구가 유일하게 냐옹하고 울 때가 있다. 바로 배가 고프니 밥을 달라고 요구할 때이다. 이때만큼은 힝구도 자기 목소리를 제대로 낼 줄 안다. 다만, 다른 고양이와 달리 볼륨이 0에 가까울 정도로 아주 조용하게 '냐옹' 하고 운다는 것이다. 그러다 힝구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은 날이면 집사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냐옹과는 다른 울음소리를 낼 때도 있다. 연신 우웅하고 울면, 왠지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무엇이든 힝구의 말을 들어주고 싶어 진다.
그런데, 이 울음소리는 해석보다는 찍기가 필요하다. 힝구는 제때 밥도 먹었고, 헥헥거릴 정도로 놀이를 마친 직후라 물도 야무지게 마셨다. 직전에 감자까지 생산했기에, 집사는 도통 저 울음의 이유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혹시나 하고 화장실로 다시 가보지만, 역시나 맛동산이 나올 시간은 아직 멀었다. 화장실 모래는 깔끔하기만 했다.
그러다 깨달았다. 힝구는 내 관심이 필요할 때도 우웅하고 운다는 것을. 그래서 화장실에서 감자를 생산하는 힝구를 가만히 바라봐 주면 그 울음을 멈춘다는 것을 말이다. 내가 화장실에 갈 때면 내 곁을 지켜주던 힝구는 자기도 그렇게 곁을 지켜주기를 원했나 보다.
내가 들을 수 있는 냐옹은 확신의 밥 줘, 냐옹뿐이다. 사실 그 단조로운 냐옹소리에도 다양한 의미가 담겨있을지도 모른다. 집사가 정확히 구분하지 못할 뿐.
힝구어(語)를 배울 수 있다면 좋겠다. 집사는 언제나 힝구에게 귀 기울이고 있는데, 힝구어가 서툴러 우리 사이의 소통은 원활하지 않다. 그래도 힝구는 나름 인내심을 가지고 자신의 이야기를 해준다. 내가 알아들을 때까지.
미니탁구공을 가지고 놀고 싶으면, 그 상자 앞에 서서 앞발로 긁기 시작하고, 나에게 관심을 받고 싶을 때는 내 몸에 헤드번팅을 하며, 눈치없이 움직일 줄 모르는 내 손을 머리로 툭 친다. 집사가 황급히 힝구를 쓰다듬기 시작한다. 힝구는 그제야 만족한 듯, 내 손길에 미소 띤 얼굴을 하고 있다. 그런 힝구를 보며,
지난밤처럼 힝구 마음을 몰라주는 집사의 팔이 힝구의 스크레쳐가 되지 않도록 힝구어(語)를 열심히 배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