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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 moi Nov 20. 2023

온기에 적당히 녹아내린 고양이는 고소하다

말랑 찹쌀떡 고양이


 힝구의 말랑 배에 코를 갖다 대자, 고소한 냄새가 났다. 고소함을 가지고 태어났다니, 고양이는 체취마저도 귀엽다. 다시 한번, 힝구의 배에 코를 묻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비염 때문인지 숨 쉬는 것이 답답해져 깨버린 새벽녘, 내 곁에서 나른하게 녹아내린 고양이 한 마리가 자고 있는 모습을 보자, 내 숨이 조금은 편해진다. 나도 이제 다시 편히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맡게 된 새벽녘 힝구의 냄새는 따뜻한 매트의 온기까지 더해져, 더욱 포근하고 고소했다.



 힝구는 품에 폭하고 안기는 고양이는 아니다. 그래서인지, 이불이나 담요에 싸이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성묘가 될수록 캣타워의 해먹에서 혼자 자는 것을 좋아했다. 그런데 부쩍 추워진 날씨는 힝구를 이불속으로 불러들였다. 그것도 자발적으로.


 통창 주변은 온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올랐다를 너무 쉽게 반복한다. 밤이 되니 방 안 공기가 차가워졌고, 이불을 덮기 위해 침대로 올라갔다. 하지만 이미 내 침대에 다른 주인이 자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하지만 익숙하게 힝구를 피해 침대 가장자리에 누웠다.

 

 나는 숙면 중인 힝구를 가만히 둘 수 없었다. 결국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힝구의 냄새를 맡느라 주인님의 잠을 방해하고 말았다. 그런 내가 귀찮았는지 힝구가 벌떡 일어나 침대 밑으로 뛰어내리려고 자세를 잡는다. 빠르게 힝구에게 이불을 덮어주었다. 뛰어내리던 힝구가 잠시 멈칫한다. 갑자기 가려진 시야에 당황했나 싶어 반응을 기다리는데, 꽤 오래 머뭇거린다. 아마도 생각지도 못한 포근함이 맘에 들었다고 나는 생각했다.

 힝구가 이불속 여기저기에서 꼼지락거리다 내 다리 밑에 눕는다. 이불 밖에서 본 그 실루엣만으로도 힝구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렇게 장난으로 덮어준 이불속에서 힝구가 잠들어 있다. 나도 더욱 따끈해진 이불속에서 함께 잠이 든다.



 겨울날, 뜨끈한 이불속에서 꼬순내를 풍기는 반려동물을 만난다면, 그 꼬순내의 매력에서 쉽게 헤어 나올 수 없다. 나른하게 녹아, 말랑 쫄깃해진 그 감촉도 너무 좋지만, 그 어떤 향과도 비교할 수 없는 꼬순내 그 자체, 그 고소한 향을 폴폴 풍기는 존재 덕분에 이 추운 겨울을 기꺼이 맞이할 수 있다. 아침 일광욕 중인 힝구의 이마에 뽀뽀하며 맡은 그 보송한 아침햇살 냄새도 좋지만, 새벽녘 따뜻하게 데워진 몸으로 내 곁에서 잠들어 있던 힝구의 포근포근 고소한 냄새를 사랑한다.


힝구는 이렇게 일광욕합니다. 고소미 생성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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