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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 moi Nov 14. 2023

미니탁구공의 삼일천하

고양이의 놀이법 3


 탁구공이 바닥을 튕길 때 내는 소리가 현관문 앞에서, 화장실 안에서, 또 내 곁에서 들려온다. 탁탁 타다닥.



 힝구는 밤이면 뭐가 그리도 바쁜지, 뽀스락뽀스락 이곳저곳을 상관하느라 바쁘다. 어둠 속 힝구의 작은 움직임이 소리를 내면, 그 소리가 잠을 자는데 방해가 되기보다는, 오히려 힝구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어, 안심할 수 있다. 힝구의 소리를 듣고 있으면, 힝구의 모습이 쉽게 그려지는데, 그 상상 자체가 귀여움이다. 힝구의 소리는 귀엽다.



 이번에는 도르르륵, 탁구공이 굴러가는 소리가 난다. 톡! 도르륵, 벽면 여기저기에 부딪히나 했더니, 힝구가 탁구공으로 축구를 하고 있었다. 힝구의 야무진 발길질에 작은 탁구공이 이리 굴렀다, 저리로 굴러갔다, 힝구의 슈팅 실력이 제법이다.


나는 메시냥


 며칠 전, 주문했던 미니탁구공과 총이 도착했고, 힝구가 흥분하기 시작했다. 옷장과 벽면을 튕기며 바닥으로 떨어진 탁구공이 힝구의 주의를 끌었다. 바닥으로 떨어졌다 싶은 탁구공은 멈출 줄 모르고 계속해서 바닥에 튕기기를 멈추지 않는다. 힝구의 취향에 딱 맞았는지, 힝구는 난리가 났다. 좋아서 아주 난리다. 탁구공과 하나가 된 듯, 자기 몸도 함께 튕겨가며 그 공을 잡기 위해 아니, 그 공과 놀기 위해 한 마리의 캥거루가 되었다.


내가 잡.. 아쿠쿠쿠

 

 이제야 이 장난감을 사준 집사가 미안할 정도였다. 총과 공 세 개가 한 세트로, 두 세트를 주문했다. 하지만 나는 간과하고 있었다. 힝구의 엄청난 반응을 말이다. 공 여섯 개는 너무 빨리 소진되어 버렸다. 연속해서 여섯 개를 순식간에 날리고 나면, 나는 공을 주우러 다니기 바빴고, 크지도 않은 집 여기저기로 숨어버리듯 굴러간 공을 찾느라, 진이 다 빠져버렸다. 잠시 지친 몸을 쉬고 있으면, 힝구가 너무도 서럽게 울기 시작한다. 너무너무 재밌는 놀이를 왜 멈추냐고 항의하는 것 같았다.


 지친 집사는 힘겹게 몸을 일으켜, 또 공을 주우러 엉금엉금 기어다니기 시작했다. 이 탁구공은 꼭 신발 속, 수납장 틈새, 침대 밑에서만 발견되어, 집사에게는 고된 놀이가 되어버렸다.

 결국, 나는 결제를 하고 말았다. 미니탁구공 50개! 이제 만족하겠니. 드디어 오늘 택배가 도착했고, 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총을 들었다. 힝구는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래 이 반응이지. 나는 탁구공들을 발사했다. 혼자서 통통 튀기며, 탁구공이 사방으로 튀어 나간다. 하지만 힝구는 흥미를 잃은 듯, 탁구공 상자만 시큰둥하게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어휴, 또 탁구공이냐옹


  아, 또 하나의 장난감의 시대가 짧게 끝나가고 있었다. 힝구의 텐션을 맞추지 못한 집사는 속상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 채, 힝구의 곁에 흩어져 있는 탁구공을 주우러 갑니다.

 




-힝구의 또 다른 놀이법

고양이의 놀이법
https://brunch.co.kr/@serada/19


고양이의 놀이법 2
https://brunch.co.kr/@serada/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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