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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 moi Sep 22. 2023

고양이의 놀이법 2

발은 눈보다 빠르니까


 힝구는 사냥을 아는 고양이다. 그러니까 전략적으로 사냥을 할 줄 아는 고양이다. 힝구의 전술은 매복과 기습으로, 자기 몸을 숨긴 채, 목표물을 완벽하게 자신의 발아래에서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때, 어떤 고양이보다도 빠르게, 귀여운 냥펀치로 또는 그 무서울 정도로 야무진 입으로 목표물을 낚아챈다.


매복 중? 


 누구에게도 자신이 잡은 먹잇감(?)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그 의지를 작은 냥냥발에 담아 움켜쥐면, 치명적일 정도로 귀엽다.

 자기 발아래 먹잇감을 정복시켰다는 저 의기양양함, 용맹한 눈빛, 나름의 사냥을 끝낸 뒤의 거친(?) 숨소리가 콧구멍을 타고 내뿜어져 나올 때, 힝구의 어깨 뽕(?) 아니, 자존감이 어마어마하게 올라갔음이 느껴진다. 힝구에게 궁디팡팡을 해준다면, 녀석의 용맹함은 하늘을 찌르게 된다. 상대방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허점을 찾아, 날카롭고 빠르게 낚아챌 줄 알다니, 대견하게도 혼자서 전술을 터득한 힝구는 이제 막 생후 11개월 하고도 27일 차, 힝구는 어른이 되고 있었다.



 집사에게는 쉽게 놀아줄 수 있었던 냥이콥터의 약발도 떨어졌다. 살아있는 꽁치가 된 듯, 날아다니는 장난감을 잡기 위해 팔딱이던 힝구는 내가 제주도를 다녀오고 난 뒤, 갑자기 시큰둥해졌다. 집사가 요령을 피우고 있다는 것을 힝구가 눈치를 챈 것인가. 한 번에 몇십 개를 날려버리면 그만이기에 리필용으로 사둔 저 냥이콥터들을 어쩌나, 이렇게 한 장난감의 시대가 지고 있었다.


한때, 최애템 냥이콥터


 힝구에게 가장 잇템은 사실, 소박한 낚싯대다. 낚싯대에 미끼는 중요하지 않다. 힝구는 너무 큰 미끼에는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아주 아주 작은 깃털이나, 미끼를 연결하기 위한 작은 클립에 흥미를 보인다. 그래서 힝구 전용 장난감 수납장에는 힝구의 발길 한번 받지 못한 미끼들이 수두룩하다. 그러던 중, 낚싯대 줄 끝에 아주 작은 레이저가 달린 핫핫템을 발견했다. 역시 무수한 실패 끝에, 집사는 힝구의 취향저격템을 발견하고 말았다. 이 낚싯대는 이렇게 힝구의 최애 장난감으로 등극하여 매일 열일 중이며, 힝구의 매복과 기습력도 향상 중이다. 그 기술은 내가 화장실에서 나올 때면, 종종 나에게도 쓰이고 있다. 복습 차원인 걸까 실전인 걸까.


놀이 후, 숙면 중입니다.



 


-힝구의 또 다른 놀이법

고양이의 놀이법
https://brunch.co.kr/@serada/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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