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지만 귀여운
한밤중에 들려오는 소리는 대체로 긴장감을 유발하곤 한다. 늦은 시간 예상치 못했던 소리가 들려온다면, 우리는 숨죽이며, 그 소리에 귀 기울인 채, 낯선 존재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 소리의 주인은 실제로 존재할 수도, 실체가 없을 수도 있기에 우리를 긴장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소리와는 전혀 다른, 유일무이라 말하고 싶은 귀여운 소리가 있다. 반려동물과 하룻밤을 보내봤다면, 들었을 그 소리, 바닥과 그 하찮은 발톱들이 맞닿아 나는 발소리가 어찌나 부산스럽게도 나는지, 또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
우리 집 고양이, 힝구의 발소리가 그렇다. 하찮은 발소리에 반비례해 그 귀여움은 어마어마하다. 그 발소리가 움직일 때마다, 힝구의 움직임이 읽힌다. 워낙 작은 집이기에 그 행동 패턴이 뻔하지만, 발소리와 함께 따라오는 부수적인 소리가 힝구의 동선을 말해준다.
힝구와 함께 한 첫날부터 새벽에 한 번씩은 깨어나 힝구의 안부를 확인한다. 내 곁에 항상 자고 있어야 할 힝구가 캣타워의 해먹에도 없음을 깨닫고 나면, 힝구를 찾기 위해 들려오는 소리부터 찾는다. 오늘 버리지 못한 택배 박스 근처에서 힝구가 혼자 놀고 있는 건 아닌지, 챱챱챱 목이 말라 물을 마시고 있나 하고 조용한 새벽, 힝구의 발소리만이 바쁘게 들려올 그 순간에 집중한다. '부스럭' 역시나 혼자서 바쁘구나, 나는 힝구의 안부를 확인한 후 안심하며 다시 잠이 든다.
어느 새벽, 갑자기 현관문 센서등이 혼자 켜졌다. 그 바람에 나도 잠에서 깨어난다. 이제 나는 초보 집사 단계는 아닐 거라 자부하고 있기에, 힝구가 센서 등의 원인임을 바로 알아챈다. 몇 초 후, 센서등이 다시 꺼진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벅벅벅 힝구가 모래를 발로 차는 소리가 들린다.
‘힝구가 화장실 가는 길이었구나'
다시 현관문 센서등이 켜지고, 힝구가 내 침대로 돌아오길 기다리지만, 소식이 없다. 침대로 돌아오는 길, 센서등에 비친 무언가에 한눈을 팔고 만 것이다.
‘덜커덩’하고 작지만, 귀에 익은 소리가 들려온다. 한참을 생각한 후에 이 소리를 기억해 냈다. 지난 저녁, 빨래를 돌리고 물기를 말리기 위해, 열어둔 세탁기 쪽에서 나는 소리다. 힝구가 우리 집에서 제대로 탐험해 보지 못한 곳이 몇 있는데 그중 하나가 세탁기 통 속이다. 활짝 열린 문, 집사는 곤히 잠든 줄 알고 있는 힝구가 조심스럽게 그 안으로 뛰어들다 통이 흔들렸나 보다. 그 모습을 상상하자, 피식 웃음이 난다. 내가 잠든 틈을 타, 그동안 풀지 못한 호기심을 가지고 오늘 그 세탁기 안을 제대로 접수하려나 보다.
언제나 나보다 일찍 일어나 밥 달라고 애교 섞인 투정을 부리는데, 오늘은 늦잠을 자는 내 옆에 힝구도 여전히 자고 있다. 어젯밤, 내가 잠들고 얼마나 즐거운 시간을 보낸 거니.
-또 다른 날 세탁기와의 만남
세탁기 캣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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