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hang out
뽀송한 털로 덮인 솜뭉치 같은, 고양이의 그 작은 발은 마냥 귀엽지만은 않다. 힝구가 힘껏 냥펀치를 날리면, 나는 묘하게 기분이 상하고 만다. 특히 냥펀치가 내 뺨에 닿는다면 더욱 그렇다. 힝구, 이건 아니지! 장난 속에 진심을 담은 건지, 냥펀치를 날린 후에도 힝구의 두 앞발은 쉽게 긴장을 놓지 않는다. 권투선수가 금방이라도 주먹을 날리기 위해 연신 두 팔에 리듬을 넣듯, 힝구의 솜망치 입질에 나는 순간마다 움찔한다.
이런 경우, 내 반응에 고양이가 흥미를 갖지 않도록, 오히려 덤덤하게 무심한 태도를 보여야 하지만, 종종 기분이 상한 집사는 서운함을 감추는 데 실패하곤 한다. 힝구님, 힝구씨 그래도 집사 엄마한테 냥냥권은 좀 너무하네, 여전히 내 앞에서 내 빈틈을 노리고 있는 힝구가 참 괘씸하다.
조금 전까지 집사가 좋다며, 꾹꾹이를 하고, 내 손을 연신 핥기 바쁘던 이 아이의 마음은 어쩜 저렇게 빠르게 변하는지, 그 속도를 따라잡을 수가 없다. 물을 흡수한 솜뭉치의 힘이 달라지듯, 순간적으로 탄력을 받은 솜망치의 위력은 무시할 수가 없다. 정말 찰지다! 낚싯대류의 온갖 장난감으로 힝구와 일대일로 대적해 봤지만, 나는 아직 수련이 부족하다.
냥냥권 외에도 힝구의 솜망치는 또 다른 무서움을 갖고 있다. 그 올망졸망한 발로 무엇인가를 움켜쥘 때의 그 치명성은 보는 이의 심장을 위태롭게 만든다. 아니, 저 발로 뭘 그렇게도 움켜쥐려 하는지, 꾹꾹이를 할 때 내 팔이나 다리를 움켜쥐거나, 자기가 잡은 사냥감을 놓칠세라, 움켜쥔 그 발은 제법 야무지다. 힝구 발에 한 번 잡히면, 내가 아무리 당겨도 쉽게 놓치지 않는다.
힝구의 솜뭉치가 나를 잡기 위해 다가오면, 움찔 놀라며 뒤로 물러서려 하지만, 순식간에 힝구는 두 앞발로 내 턱을 당기거나, 내 손과 팔을 붙잡고 옴짝달싹 못 하게 하는데, 그 어떤 공격보다는 나를 무력하게 만든다. 사실 나를 붙잡고 온갖 애교를 부리는데, 그때 내 마음은 꽤 심쿵 상태이다. 이 녀석, 제법 암컷냥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겠구나.
저 두 앞발은 자기 의사표현에 얼마나 솔직한지, 앞발을 통해 전하고 있는 힝구의 표현법은 참으로 터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