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함께하는 삶
나의 고양이, 힝구는 지금 내 곁에서 낮잠을 즐기고 있다. 고양이는 깊은 유대감을 나누는 집사와 함께 잠자는 것을 좋아한다는데, 힝구에게는 나와 함께 하는 이 시간이 행복인 걸까, 나는 혼자 흐뭇하게 힝구를 바라본다.
너는 나의 쓸모, 나는 너의 쓸모
한 드라마에서 자신이 쓸모없어진 것 같다며, 한탄하는 남편에게 아내는 너는 나의 쓸모라 말하는 장면이 있었다. 누군가에게 쓸모 있는 존재가 된다는 것, 그 사람에게서 쓸모를 인정받는 것은 얼마나 의미 있는 것인지, 나도 내가 사랑하는 존재에게 쓸모 있는 존재가 되기를 바란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쓸모는 기능적인 측면만이 아닌, 한 사람이 타인에게 그런 존재가 되는 것의 의미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매일 아침 7시 반에서 8시면 힝구 알람이 나를 깨운다. 힝구는 자기 머리를 나에게 비비며 장난을 치거나, 약간의 투정 섞인 치댐으로 나를 깨운다. 매일 그렇게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한다.
이제 그만 일어나 나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거나, '그만 자고 내 아침밥을 챙기거라 집사야'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내가 쉽게 깨어나지 못할 때는 포기한 듯, 자신도 내 옆에 눕는다. 내 머리맡이든, 내 다리 사이든, 아니면 내 팔을 감싸 안으며 함께 잠이 든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 내 옆에서 따뜻한 털 뭉치가 깊은숨을 쉬며 곤히 잠들어 있거나, 혹은 고롱고롱 소리를 내며 나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거나 때론 나에게 꾹꾹이로 존재감을 알려오기도 한다. 그럴 때면, 이 아이의 인생에서 나란 존재가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든다.
어디에 있든 힝구의 시선은 나를 향해 있고, 나에게 골골송을 불러주며, 내 곁을 지켜주는 이 아이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나에게 누군가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알게 해 준 힝구에게 내 쓸모를 다하고 싶다.
매일 신선한 물과 밥을 챙기고, 화장실을 청소하고, 지칠 때까지 힝구가 좋아하는 사냥놀이를 함께한다. 새벽 내내 힝구의 우다다를 들으면서도 건강함에 감사하며 잠이 들고, 힝구의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인다. 또, 오랜 외출 후라면 더욱 내 사랑을 표현해 주며, 힝구의 옆에 내가 있음을 각인시켜 주려 노력한다. 나는 매일 이 아이의 하루를 온전히 내 쓸모로 채워나간다. 힝구는 나에게 충분히 쓸모(의미, 가치) 있는 존재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