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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 moi Dec 08. 2023

고양이 한 입 하실래요?

yummy Cat


 결국 참지 못하고 한 입 베어 물고 말았다. 어디선가 우앙 하는 울음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거기서 멈추지 못하고 또 한 번 힝구의 발을 깨무려는데, 절대 참지 않는 힝구가 앙칼지게 울며 앞발로 내 입을 '탁' 치고 도망친다. 녀석, 앙칼지니 더 귀엽다. 집사는 여기서 멈추고 싶지 않았지만, 힝구의 격한 거부반응에 힝구를 달래주려 다가간다. 햇빛에 노릇하게 잘 구워진 저 찰진 빵뎅이가 다시 한번 눈에 들어온다. 내 눈빛이 자기 엉덩이에 향해 있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아직 나의 손길에 경계를 늦추지 않던 힝구의 눈빛이 흔들리는 듯했다. 그 모습에 힝구의 엉덩이를 토닥여주는 걸로 잠깐의 식빵 고양이 먹방이 끝나고 말았다.


힝구도 집사 한 입



 힝구가 무방비한 상태로 내 침대, 아니 힝구 침대에 누워 있다. 배를 까고 주욱 늘어져 정신없이 낮잠을 자는 힝구를 보고 있자니, 말랑말랑 가래떡처럼 보인다. 그때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배를 내놓고 잠을 자다니, 이것은 나에게 자신의 배를 맡긴다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힝구 배에 대한 지분이 있는 것일 테니, 지금 힝구의 저 보송보송한 배에 배방구 한 번쯤은 해도 괜찮겠지.


구운 가래떡 힝구


 만약 힝구가 항의해 온다면? 그건 그때의 문제일 뿐이었다. 집사의 이 지극한 자기 합리화와 약간은 변태스러운 독백은 집사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보지 않았을까 싶다. 귀여운 존재를 보며 조물조물 만지다 못해, 귀여움에 못 이겨 깨물고 싶은 마음은 나의 탓인가 힝구의 탓인가.



 자연스레 내 시선이 힝구를 찾는데, 힝구는 침대에 납작 엎드린 상태로 선잠을 자고 있다. 저 살랑거리는 꼬리가 힝구의 잠 상태를 알려주고 있었다. 살짝 열린 창문에서 알 수 없는 소음이 들려오자, 힝구가 관심을 보이며 몸을 반쯤 일으킨다. 그때 힝구의 뒤태가 시선을 끈다. 힝구는 지금 창밖에 집중하느라 자기 뒤쪽에 조용히 내가 와 있다는 것을 모르는 듯하다. 결국 내 손이 힝구의 엉덩이 양쪽을 꼬집듯 조물조물하며 사심을 채우기 시작했다.


 

 내 손길에 뒤를 돌아보는 힝구를 보니, 지금 고민 중인 듯하다. 집사의 이 귀찮은 손길에 반응해야 하는 데, 창밖이 너무나 궁금해 선뜻 어떤 행동을 먼저 해야 할지 몰라 연신 우앙 하고 울면서도, 시선은 창밖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그 사이 집사는 만족스러웠고, 힝구는 애매한 기분을 느끼며 동상이몽 1인 1 묘가 사는 이 집은 오늘도 평온하다.


햇빛에 노릇, 귤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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