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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 moi Dec 09. 2023

목욕에도 연습이 필요해

수(水) 속성 고양이는 아니었습니다.


 힝구의 생애 첫 목욕이 임박했음을 직감했다. 힝구의 체취에 묘한 향이 섞여 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고소한 냄새의 범위를 벗어나는 반칙적인 향이었다. 지난 저녁 급하게 주문한 힝구 전용 욕조가 도착했고, 집사는 나름 힝구의 첫 목욕에 자신감이 있었다. 그동안 싱크대에서 수돗물을 틀어놓기만 해도 그 물줄기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 내 하던 모습은 욕조에 물을 틀어놓기만 해도 욕조로 뛰어들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물놀이당


 하지만 내 기대는 기대일 뿐이었다. 힝구는 자기가 좋아하는 물놀이만 하고 가버렸다. 샤워기의 물줄기로 힝구의 시선을 사로잡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힝구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하나 떨어뜨려 힝구의 욕조 입성을 재촉했지만, 힝구는 물놀이도 찍먹처럼 즐겼다. 힝구 인생에서 목욕에 대한 공포심을 주고 싶지 않은 마음에 오늘은 물놀이여도 괜찮다고 집사는 물놀이의 흔적을 치우며 다음을 기약한다. 그래 잠시만 그저 내 후각을 포기하면 될 테니까. 힝구 is 무엇인들!


힝! 힝구는 장난감을 잡고 싶다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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