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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 moi Dec 04. 2023

스마트폰은 불통

나와도 불통


 2년 넘게 함께한 스마트폰에 문제가 발생했다. 멀쩡하던 스마트폰이 갑자기 정품 배터리를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도 문제였지만, 오래전에 뒤판이 깨져버린 상태라 수리가 아니라 리퍼를 해야 할 상황이었다. 리퍼와 새 제품 구매 사이에서 그냥 새 제품을 사기로 했다. 리퍼 비용도 만만치 않기도 했지만 사심 채우기가 더해졌고, 불편함과 설렘 사이에서 스마트폰 쇼핑으로 하루를 보내고 말았다.

 

 평소에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던 터라 내 스마트폰 중독을 걱정하고 있었다. 걱정은 현실이었다. 1분에 한 번꼴로 꺼지는 스마트폰을 보겠다고 인내와 끈기로 그 하루를 버텨냈고, 새벽 배송으로 받아본 스마트폰을 상자째로 들고 본가로 향했다. 마침 본가에 가기로 한날이었고, 오빠가 같이 언박싱을 하자고 했기 때문이다. 

 새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옮기는 과정이 번거로우면서도 기분은 좋았다. 영롱한 블루 색상의 스마트폰이 마음에 들기도 했지만, 역시나 내 마음에 든 것은 평상시처럼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어제 하루가 이 작은 스마트폰 하나 때문에 자유가 통제당한 것처럼 답답했다.


 그런데 내 스마트폰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새 폰을 계속 든 채, 클라우드에서 백업 자료를 받는 과정에서도 발견하지 못한 스마트폰 기계 상태가 생각보다 심했다. 보이지 않던 찍힘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자 도저히 지나칠 수 없어 환불을 결정하며, 다시 상자에 담았다. 그렇게 내 손에는 다시 고장 난 스마트폰이 들렸다. 


 순간, 짜증이 났다. 내일 급하게 연락해야 할 곳이 있었던 것도, 출근 때문에 꼭 필요한 것도 아닌 상황이었다. 내가 지금 하는 활동은 노트북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었지만, 나는 묘하게 계속되는 짜증에 진이 빠질 정도였다. 내 스마트폰 중독이 이 정도라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고 의미 없이 스마트폰을 하는 시간을 줄여보자고, 이참에 조금이라도 SNS 시간을 줄여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내 의지는 지나가는 생각일 뿐이었나 보다. 중독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고쳐지는 것은 아니겠지. 나의 다짐은 어디로 갔는지, 집에 돌아오자마자 노트북을 켰고 밀린 카카오톡을 빠르게 읽으며, 스마트폰 재구매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결국 내 스마트폰이 사망했기 때문이다. 30분 아니 1시간에 한 번 정도 그것도 1분이라는 아주 짧은 시간만을 나에게 허락하며 수없이 꺼지기를 반복하다가 불치의 상태가 되어버렸다. 연말, 보내야 할 것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듯, 지금 나도 옛것을 보내고 새것을 맞이해야 할 때라고 의미 부여를 하며, 답답한 마음을 털어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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