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도 불통
2년 넘게 함께한 스마트폰에 문제가 발생했다. 멀쩡하던 스마트폰이 갑자기 정품 배터리를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도 문제였지만, 오래전에 뒤판이 깨져버린 상태라 수리가 아니라 리퍼를 해야 할 상황이었다. 리퍼와 새 제품 구매 사이에서 그냥 새 제품을 사기로 했다. 리퍼 비용도 만만치 않기도 했지만 사심 채우기가 더해졌고, 불편함과 설렘 사이에서 스마트폰 쇼핑으로 하루를 보내고 말았다.
평소에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던 터라 내 스마트폰 중독을 걱정하고 있었다. 걱정은 현실이었다. 1분에 한 번꼴로 꺼지는 스마트폰을 보겠다고 인내와 끈기로 그 하루를 버텨냈고, 새벽 배송으로 받아본 스마트폰을 상자째로 들고 본가로 향했다. 마침 본가에 가기로 한날이었고, 오빠가 같이 언박싱을 하자고 했기 때문이다.
새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옮기는 과정이 번거로우면서도 기분은 좋았다. 영롱한 블루 색상의 스마트폰이 마음에 들기도 했지만, 역시나 내 마음에 든 것은 평상시처럼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어제 하루가 이 작은 스마트폰 하나 때문에 자유가 통제당한 것처럼 답답했다.
그런데 내 스마트폰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새 폰을 계속 든 채, 클라우드에서 백업 자료를 받는 과정에서도 발견하지 못한 스마트폰 기계 상태가 생각보다 심했다. 보이지 않던 찍힘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자 도저히 지나칠 수 없어 환불을 결정하며, 다시 상자에 담았다. 그렇게 내 손에는 다시 고장 난 스마트폰이 들렸다.
순간, 짜증이 났다. 내일 급하게 연락해야 할 곳이 있었던 것도, 출근 때문에 꼭 필요한 것도 아닌 상황이었다. 내가 지금 하는 활동은 노트북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었지만, 나는 묘하게 계속되는 짜증에 진이 빠질 정도였다. 내 스마트폰 중독이 이 정도라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고 의미 없이 스마트폰을 하는 시간을 줄여보자고, 이참에 조금이라도 SNS 시간을 줄여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내 의지는 지나가는 생각일 뿐이었나 보다. 중독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고쳐지는 것은 아니겠지. 나의 다짐은 어디로 갔는지, 집에 돌아오자마자 노트북을 켰고 밀린 카카오톡을 빠르게 읽으며, 스마트폰 재구매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결국 내 스마트폰이 사망했기 때문이다. 30분 아니 1시간에 한 번 정도 그것도 1분이라는 아주 짧은 시간만을 나에게 허락하며 수없이 꺼지기를 반복하다가 불치의 상태가 되어버렸다. 연말, 보내야 할 것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듯, 지금 나도 옛것을 보내고 새것을 맞이해야 할 때라고 의미 부여를 하며, 답답한 마음을 털어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