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아 moi Dec 05. 2023

겨울 산 등반기

대모산에 가다


 주말에 다녀온 대모산은 겨울이 되어가고 있었다. 붉었을 낙엽이 땅에 떨어져 수북하게 쌓여있었고, 누렇게 식어버린 낙엽은 묘하게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었다. 등산로 초입이었기 때문인지, 마른 나뭇가지들에 가려서인지, 그날 아침부터 유난히 맑았던 하늘에 비치던 햇빛이 들지 않아, 겨울 산의 모습은 더욱 차가웠다. 손에는 핫팩을 쥔 채 사람들과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대모산이 등산 난이도 하(下)라는 것은 알고 왔지만, 생각보다도 둘레길 같은 산길에 아쉬움과 안도감이 동시에 들었다. 점점 햇볕이 들기 시작하자, 촥 가라앉았던 산의 분위기가 따뜻한 노란빛을 내기 시작했다. 수월한 등산길에서 사람들과의 대화도 웃음도 이어졌다.


 그러다 만난 오르막길이 제법 가팔랐다. 아니 그렇게 느껴졌다. 최근 등산이라고는 아차산이 다였던 내가 느낀 그 오르막길이 그렇게도 힘든 구간이었는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저 숨쉬기가 힘들 정도로 거친 숨을 연신 내쉴 수밖에 없었다. 겨울바람에 숨이 찬 건지 힘겨운 숨에 크게 호흡해가며 그 오르막길을 올라야 했다. 대모산도 역시나 산이었다.


 이내 그 길이 끝나고 다시 평탄한 길이 이어졌지만, 곧 정상 2,000m를 남긴 시점부터는 연이은 오르막길이 이어졌다. 둘레길과 오르막길이 반복되자 내 숨도 오르막길에 익숙해져 갔다.

 정상에 다다를수록 몸의 열기로 조금씩 나기 시작한 땀이 식기를 반복했고, 바람은 기분 좋게 차가웠다. 옷 속으로 불어 들어오는 바람이 제법 청량하다 느껴질 정도였다. 마침 햇빛도 나무들 사이로 비춰들기 시작해 묘한 따뜻함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이불속은 따뜻하지만 잠을 자는 공간의 공기는 조금은 차가운 것이 기분이 좋다. 마치 그 상황에서 느낄 수 있는 기분 좋음이었다.

 

대모산 정상


 한파가 찾아오기 전 겨울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그날의 산행은 개운했고, 정상에 올라 느낀 오랜만의 성취감이 드디어 내 배고픔을 자극했다. 지인이 나눠 준 청포도 사탕 한 알에 충전이 되는 듯 마른 입안부터 기운이 나기 시작했고, 하산하며 본 산의 모습은 산 정상에 올랐다는 홀가분함 때문인지 산을 오를 때와는 달리 더욱 포근하게 느껴졌다.


 우리의 도착지 수서역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팻말이 보여주기 시작했고, 등산로 초입이 보일수록 하산 후의 저녁 식사가 기대되기 시작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스마트폰은 불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