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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 moi Dec 06. 2023

첫눈 맞던 날

묘하게 붕어빵이 생각났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제법 굵어진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집에서 출발할 때만 해도 카메라에 담기지 않을 정도로 작은 점 같은 눈(雪)이 공기 중에 떠다니듯 내리고 있었고, 바람도 불지 않아 눈 내리는 모습이 정지화면처럼 느껴졌다. 그날 첫눈은 고요하게 내리고 있었다.


  전시회 관람은 생각보다도 일찍 끝났다. 밖으로 나오니 그 짧은 사이에 눈발이 거세져 있었다. 급격히 떨어진 기온과 제법 불기 시작한 바람을 따라 휘날리던 눈이 내 얼굴을 스치며 지나갔다.

 저녁을 먹기에는 시간이 이르다는 생각에 건물을 빠져나오기 전 식당까지 걸어가자고 친구와 이야기를 마친 상태였다. 내리는 눈을 보고 살짝 고민이 되었지만, 패딩점퍼의 지퍼를 여미며 걸어갈 준비를 했다. 동대문에서 신당동까지 예상 시간은 20분이었고, 걸으며 눈 구경이나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걷기 시작했다.


 내리는 눈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붕어빵 생각이 났다. 붕어빵의 정석 그 맛, 갓 구워져 나온 붕어빵을 반으로 가르면 뜨거운 김을 내뿜던 그 달달하고 고소한 팥 속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첫눈을 보며 진짜 겨울임을 인식하자 겨울이면 생각나는 붕어빵까지 의식의 흐름이 연결 돼버렸다. 이 밑도 끝도 없는 의식의 흐름은 이미 내 안에 붕어빵의 추억이 각인되어 있어서일 것이다.  

 또한 DDP에 도착하기도 전, 지하철역을 빠져나오며 맡은 붕어빵 냄새에 본능적으로 붕어빵 노점이 근처에 있을 거라며 주위를 살폈지만, 내가 맡은 빵과 팥이 익어가던 그 냄새는 허상인 듯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차에 맞게 된 눈과 추위에 갓 나온 붕어빵을 먹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간절해졌다. 친구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다.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자마자 신당역을 지날 즈음 근처 붕어빵 노점이 없는지 연신 두리번거렸다. 결국 붕세권을 찾기 어려워졌음을 실감하며, 집으로 가는 길, 문정역 2번 출구에 가면 만날 수 있는 붕어빵이 생각났다. 저녁을 먹고도 내 배가 허락한다면 붕어빵을 사 가야겠다.


붕어빵 (사진 unsplash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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