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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 moi Dec 26. 2023

하루를 보내는 속도

백수 일기


 또 하루가 가고 있다. 퇴사 4개월 차, 아니 백수 4개월 차, 내 하루가 점점 더 짧아지는 것 같다. 지나가는 하루의 속도가 왜 자꾸 빨라지는 건지. 매일, 지나간 어제를 털어내며 오전 일과를 마치고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오늘의 글쓰기를 하는 이 단조로운 일정을 마치고 나면, 내 하루가 끝난 것 같다.


  오후 5시, 늦어도 6시 사이에는 그날의 일정들이 끝나지만, 그 이후의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가 많다. 저녁을 먹고 동네를 돌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나면, 그 이후에는 세상이 멈춰버린 것 같기도 하고, 때론 내 시간이 붕 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남은 내 하루에 더 이상 집중 할 수가 없다. 이렇게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도 될지 하는 생각이 들 때면, 오늘의 모든 시간이 다 무의미해져 버리는 것 같아, 더욱 열심히 몸을 움직여, 남은 시간을 보내려 하지만, 자꾸 가라앉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약속이라도 있는 날이면, 내 하루가 늦게까지 꽉 차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너무 잦은 약속은 또 싫다. 온전한 내가 아닌 듯한 기분이 자주 들기 시작해서일까. 어떨 때는 약속이 달갑지 않다. 그러다가 고립된 듯 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간절했던 내 시간은 가득 채워졌다. 한정된 양의 시간이 채워지니, 그 이외의 시간은 나에게 벅차다. 뭐로 채워야 할지는 모르면서도, 채워야 한다는 의무감에 하루가 편안하지가 않다. 이제 다른 것들로 채워야 함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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