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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모아 moi Dec 27. 2023

당신의 라면 레시피는?

라면 그대로의 맛

라면 레시피는 다양하다. 그리고 지금도 무한 생성 중이다.

끓는 라면에 다진 마늘을 한 큰술 넣어 한소끔 끓여내면, 그 국물의 깊이가 달라진다며, 친구가 직접 끓여준 라면의 맛도 좋고, 가장 고전적 레시피인, 달걀과 함께 끓이다 대파로 마무리한 라면도 좋다. 특히 터뜨리지 않아 노른자 모양 그대로 익혀져, 적당히 라면 국물이 배어든 그 포슬포슬한 맛, 라면 국물과 함께 그 노른자로 마무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또 두 가지 이상의 라면을 같이 끓여낸, 다양한 꿀조합 라면 레시피는 무슨 말이 필요할까. 가장 기본적인 조합인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를 처음 먹던 날, 분명 점심을 먹은 후인데도, 그 멈출 수 없던 맛은 진심으로 인정이다. 단짠단짠만큼 맵짠맵짠의 엄청난 조합, 이 조합을 생각해 내다니, 세상에는 맛잘알(맛을 잘 알고 있다)이 많아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라면 그대로의 맛만큼 맛있는 라면은 없다고 생각한다. 급격히 추워진 날씨에 더욱 생각났던 라면, 연휴를 보내고 속을 달랠 때도 빠지지 않고, 내 입맛을 돋우던 라면에 첨부된 스프 한 봉지와 적정한 물양이면 무엇이 필요할까.

지난주, 도로 위에 쌓일 정도로 눈이 내리던 날 밤, 지인들과 함께 2시간가량을 빠른 보폭으로 '송파둘레길'을 걸었다. 밤 10시가 훌쩍 넘어버렸고, 생각보다 늦어진 만큼, 무엇도 먹지 않고 자야겠다 다짐은 했지만, 차가운 공기 속, 하얗게 내리는 눈 위를 걷는 내내, 라면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걷는 중간중간, 열이 올랐다 떨어지길 반복하다 보니, 땀도 식기를 반복했고, 차가워진 몸에 소진된 에너지 때문인지, 뜨거운 김을 내뿜으며, 보글보글 끓고 있는 라면이 절로 떠올랐다.

인덕션에 올린 라면 물이 끓어오르자, 차가웠던 집안의 공기도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라면 봉지에 적혀있는 레시피 그대로, 물 550ml을 끓이기 시작한다. 동그란 냄비보다 큰 라면을 반으로 갈라 넣고, 라면이 끓기 시작하면 분말스프를 넣어 다시 한번 끓어오를 때까지 기다리는데, 이때 면발이 뭉치지 않게 그리고 골고루 양념이 배어들게 젓가락으로 면을 꺼냈다 담갔다를 반복하다가, 마침내 국물이 끓어오르면 불을 끈다.

조금 전까지 얼어있던 몸이 뜨거운 라면 국물을 떠먹기 시작하자, 녹다 못해 더워지기 시작했다. 결국 살짝 창문을 열어야 했다. 차가운 바람이 집안으로 불어 들어왔지만, 춥지 않았다. 내 열기를 식혀주며, 라면을 먹기 딱 좋은 온도로 맞춰주었고, 잘 익은 열무김치에 라면 한 그릇, 거기에 시원한 맥주 한 캔까지 곁들이니, 그 순간만큼 좋을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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