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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 moi Jan 08. 2024

꾹꾹이 장인

야무진 발길 세례


 힝구는 꼭 내가 잠든 한밤중에 꾹꾹이 장인이 된다. 부끄러움이 많은 건지, 츤데레인 건지 힝구의 속마음은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힝구의 몸무게가 늘어날수록 묵직해지는 발힘과 야무져진 발길이 꽤 시원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자다가 받는 힝구의 꾹꾹이는 제법 근육통에 좋다.


집사도 잘 때가 이쁘다?!


 내가 종종 우스갯소리로 했던 '힝구는 잘 때가 제일 이뻐'라는 말을 이해하고 나를 따라 하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뭐 어쨌든 힝구는 무방비 상태의 집사가 좋은가 보다.



 내 곁을 먼저 파고드는 고양이는 아니지만, 밤만 되면 힝구는 돌변한다. 새벽, 서서히 내 의식이 깨어난다. 귓가를 파고드는 소리가 한참 전부터 들린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역시 내 곁에 바싹 붙어 누워있던, 힝구의 앞발이 내 팔에 닿을 듯 말 듯 꾹꾹이를 하며, 골골송을 부르고 있었다. 뭐가 그리 기분이 좋은지, 한참 동안 이어지는 힝구의 발길과 골골송을 듣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지난 토요일 새벽은 기존의 꾹꾹이와는 달랐다. 그날은 약간의 몸살기도 있었고, 점심쯤 등산을 앞두고 있었기에 숙면이 필요했다. 문제는 힝구에게 내 상황은 논외라는 것일 뿐이었다.

 새벽녘 어느 순간 골골송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비몽사몽 그 와중에도 힝구가 또 기분이 좋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왜 숨이 막혀오는 걸까. 이것이 가위눌림인지를 생각하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보니, 힝구가 내 목 위에 서 있었고, 내 목에 꾹꾹이를 하던 힝구의 기분 좋은 골골송이 어두운 방 안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나는 그저 힝구의 위치선정이 당황스럽기만 했다. 


 힝구의 다리는 어찌나 가늘고 탄탄한지, 힝구가 내 명치 위로 뛰어내릴 때면 단단한 꼬챙이가 꽂히는 기분이 들곤 했는데, 그날은 그 다리로 내 목 위에서 쉴 새 없이 꾹꾹이를 하고 있었다. 결국 내 입에서는 살려달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간신히 힝구의 발길에서 벗어난 나는, 힝구의 사랑 가득했던 꾹꾹이에 대한 보답으로 아직 어두컴컴한 새벽, 힝구에게 츄르를 선물해 줄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힝구의 큰 그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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