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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 moi Jan 03. 2024

방귀 뀌는 고양이

(주의! 방귀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고양이 방귀 소리 들어보셨나요?
 (집사) 아니요, 저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고양이 방귀 냄새는 맡아보셨나요?
(집사) 네, 저는 맡고야 말았습니다.


 고양이도 방귀를 뀐다는 이야기를 들어봤지만, 여태껏 우리 집 고양이의 방귀 소리도, 냄새도 경험해 보지 못했다. 만약 힝구가 방귀를 뀐다면? 그 작은 똥꼬로 방귀를 뀌어봤자, 힝구 방귀겠지 라며 나는 얕잡아 보고 있었다.


 어제는 낯선 사람들의 방문과 바쁜 놀이 일정 때문인지, 힝구의 뱃속에서는 아무 소식이 없었다. 결국 초등학교 남학생과의 눈높이 놀이 후, 내 곁에서 한참 동안 낮잠을 자던, 힝구의 괄약근이 느슨해진 틈을 타, 방귀가 배출되고 말았다. 그랬다.



 

 고양이는 신뢰하는 사람에게는 자기 엉덩이를 기꺼이 내보인다던데, 힝구의 엉덩이는 한참동안 내 머리맡을 떠나지 않았다. 힝구의 마음이 느껴져 나도 계속 힝구의 곁에 누워있는데, 그 순간이었다.


 처음 은근하게 풍겨오던 낯선 냄새가 코끝을 스칠 때는 설마 이 냄새가 저 작고 귀여운 똥꼬에서 시작되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힝구가 생산해 낸, 배변 활동의 결과물들을 치울 때 맡던 냄새와는 비교도 되지 않은, 깊이가 다른 냄새에 어떤 의심도 하지 못했다.

 두 번째 냄새가 내 후각을 방해했다. 순간 이것이 말로만 듣던 고양이 방귀 냄새임을 알아차렸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확인하려는 듯 고개가 돌아가는 순간, 나는 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 힝구도 방귀를 뀌는구나. 이것은 조용하지만, 치명적인 위력으로 나를 급습했다. 마치 암살자 같은 한방이었다.


 어쩐지 하루 종일 맛동산 소식이 없어, 몇 번이고 힝구의 상태를 살피던 차였는데, 이렇게 내게 신호를 보내왔던 것이다. 나 여기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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