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방귀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고양이 방귀 소리 들어보셨나요?
(집사) 아니요, 저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고양이 방귀 냄새는 맡아보셨나요?
(집사) 네, 저는 맡고야 말았습니다.
고양이도 방귀를 뀐다는 이야기를 들어봤지만, 여태껏 우리 집 고양이의 방귀 소리도, 냄새도 경험해 보지 못했다. 만약 힝구가 방귀를 뀐다면? 그 작은 똥꼬로 방귀를 뀌어봤자, 힝구 방귀겠지 라며 나는 얕잡아 보고 있었다.
어제는 낯선 사람들의 방문과 바쁜 놀이 일정 때문인지, 힝구의 뱃속에서는 아무 소식이 없었다. 결국 초등학교 남학생과의 눈높이 놀이 후, 내 곁에서 한참 동안 낮잠을 자던, 힝구의 괄약근이 느슨해진 틈을 타, 방귀가 배출되고 말았다. 그랬다.
고양이는 신뢰하는 사람에게는 자기 엉덩이를 기꺼이 내보인다던데, 힝구의 엉덩이는 한참동안 내 머리맡을 떠나지 않았다. 힝구의 마음이 느껴져 나도 계속 힝구의 곁에 누워있는데, 그 순간이었다.
처음 은근하게 풍겨오던 낯선 냄새가 코끝을 스칠 때는 설마 이 냄새가 저 작고 귀여운 똥꼬에서 시작되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힝구가 생산해 낸, 배변 활동의 결과물들을 치울 때 맡던 냄새와는 비교도 되지 않은, 깊이가 다른 냄새에 어떤 의심도 하지 못했다.
두 번째 냄새가 내 후각을 방해했다. 순간 이것이 말로만 듣던 고양이 방귀 냄새임을 알아차렸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확인하려는 듯 고개가 돌아가는 순간, 나는 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 힝구도 방귀를 뀌는구나. 이것은 조용하지만, 치명적인 위력으로 나를 급습했다. 마치 암살자 같은 한방이었다.
어쩐지 하루 종일 맛동산 소식이 없어, 몇 번이고 힝구의 상태를 살피던 차였는데, 이렇게 내게 신호를 보내왔던 것이다. 나 여기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