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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 moi Jan 11. 2024

숨바꼭질 한 판 하실라옹


(집사)아.. 아니요.


 힝구가 발을 탁하고 구른다. 작은 발소리에 자기를 발견하지 못하자, 낑낑거리며, 또 발을 구른다. 이번에는 제법 그 소리가 컸다. 응? 내가 뒤돌아보자. 나를 빤히 바라보던 힝구가 또다시 발을 구르더니, 어딘가로든 뛰어갈 듯 시동을 건다.


 아. 지금 밤 11시라고. 나 이제 잘 거야. 그러거나 말거나, 힝구는 빨리 같이 놀자고 온몸으로 말하고 있었다. 내 다음 행동에만 집중하며 몸을 뜰썩이던 힝구는 내가 무거운 몸을 일으키자마자, 미끄러운 바닥에서 몇 번 제자리 뛰기를 하더니, 쏜살같이 화장실 안으로 숨는다.


나 찾았냐옹

 

 이렇게 힝구와 나의 숨바꼭질이 시작되었다. 내 몸은 힝구를 쫓아가지만, 내 마음은 TV 앞에 남겨 놓는다. 동상이몽이었다. 같이 숨바꼭질을 하지만 너와 나의 마음이 이토록 다르구나.


 힝구의 동선은 언제나 내 손안에 있는데, 힝구는 자신이 완벽하게 숨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세면대 아래에 놓인 자기 화장실 위를 네 발로 간신히 디디면서도 항상 그곳에 자기 몸을 숨긴다. 자기 몸을 지탱하느라 내 손길에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잠시 힝구의 말랑 배를 만지며 힝구에게 소심한 복수를 해본다.


숨은 힝구 찾기


 오늘 이 일방적인 숨바꼭질을 몇 번이나 함께 했을까. 지칠 대로 지친 집사가 자기를 따라오지 않으면, 멀리서 왜 거기에 있는 거야? 라는 눈빛으로 나를 빤히 쳐다본다. 나는 또 한 번 힝구를 쫓아주는 척을 하지만 이내 지친 몸을 이끌고 TV 앞에 앉았다. 또다시 나를 찾아와 빤히 바라보던 힝구도 이번에는 집사가 쉽게 자신의 요구를 들어줄 것 같지 않았는지 자리에 눕는다. 하지만 나를 향한 눈이 부담스럽다. 못마땅한 듯 힝구의 꼬리가 연신 방바닥을 치기 시작하는데, 나를 재촉하는 듯하다.


 집사의 좀 더 깊은 수면을 위한 힝구의 깊은 뜻인가라는 생각도 해보지만, 아무래도 조금 전 힝구의 간절한 눈빛에 마음이 약해져 준 츄르가 원인인 듯하다. 그 츄르파워, 소진해주겠다 결심한 나는 힝구를 위해 좀 더 힘을 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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