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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 moi Jan 17. 2024

츄르 중독묘 길들이기

집사의 걱정


 지난해 가을, 나와 힝구가 떨어져 지낸 2주, 그때 힝구는 태어나 처음으로 츄르를 맛보았다. 힝구에게는 새로운 세상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힝구가 며칠째 사료는 먹지도 않고, 떼를 쓰듯이 츄르만 찾는다는 연락을 받았다. 힝구가 본가에 맡겨지고 이틀이 지나도록 방 밖으로는 나오지도 않고, 밥도 잘 먹지 않는다기에 안쓰러움과 미안함을 츄르로 대신했지만, 안 되겠다 싶어 사료 이외에는 아무것도 주지 말라고 부탁했다.

 하루, 이틀 츄르를 달라고 조르던 힝구도 배고픔에 다시 사료를 잘 먹기 시작했고, 서울로 돌아온 이후에도 간식은 최대한 자제했다. 약을 먹은 뒤에 보상을 위해 트릿 형태의 간식을 소량 급여했을 뿐이다.



 힝구는 아기 고양이 시절부터 호흡기가 약한 탓에 잦은 기침과 재채기를 했고, 심하면 매주 병원을 방문했던 터라, 힝구의 두 번째 겨울을 위해, 두 달 전쯤 호흡기에 좋은 영양제를 구매했다. 알약이나 가루약 같은 제형은 먹기 힘들어할 것 같아, 기호성이 좋다는 평을 보고 츄르 형태의 영양제를 구매했다.


 힝구의 기호성에도 맞아야 할 텐데, 걱정 반 기대 반 택배가 도착하자마자 한 포를 뜯어 힝구에게 건넸다. 그런데 오랜만에 딱 츄르처럼 생긴 봉지를 보고 신이난 힝구가 연신 냄새를 맡더니 바로 외면하는 것이었다. 낯설어서일까 싶어 영양제를 손가락에 조금 짜 힝구의 입에 묻혔지만, 힝구는 맛을 보고도 반응이 없었다. 그릇에 덜어 사료와 버무려줬지만, 배가 고파져 사료 한 알이 아쉬워졌을 때가 돼서야 겨우 영양제 한 포를 먹었다. 냄새가 별로인가? 맛이 별로인가? 궁금한 마음에 빈 봉지 냄새를 맡으니 무향이었다. 아마 맛도 무맛이려나? 이 영양제도 이렇게 버려질까 걱정되어 급하게 츄르를 샀고, 다음날부터 영양제와 함께 급여했다.


 츄르와 버무려진 영양제를 몇 번 할짝대자, 순식간에 츄르 두 봉지 분량이 사라졌다. 이렇게 힝구는 츄르와 재회했다. 그 이후로 힝구는 영양제 먹는 시간을 기다렸다. 아니 츄르를 기다린 거겠지.

 

 결국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츄르 섞은 영양제를 먹기 시작하고 1주일은 하루 한 포 규칙을 지킬 수 있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힝구는 아침부터 내 잠을 깨워가며 츄르가 보관된 수납장 앞으로 나를 데려갔다.

 츄르 사랑은 갈수록 깊어졌고, 이제는 하루에 몇 번씩 츄르를 달라고 애교를 부렸고, 안되면 울기 시작했다. 그래도 뜻대로 되지 않으니 내 팔을 물기까지 하는 힝구를 보며, 집사는 이래저래 속상하다.


힝구야 이 정도면 츄르 중독이야.


 힝구와 타협점을 찾아야겠다. 하루 한 포이상의 츄르는 안된다고 일방적 통보를 했지만, 내 다짐과는 달리 여전히 힝구는 먹어도 먹어도 또 먹고 싶다며 아옹아옹 거린다.


 걱정되는 마음에 1살 고양이의 간식 적정량에 대해서 검색해 보았고, 전문가의 의견에 이제 더 이상 힝구의 요청에 마음 약해지지 말자고, 츄르 앞에서 단호해지기로 했다.


간식을 먹는 만큼 칼로리가 충족되면 사료를 덜 먹게 된다. 이때 사료로만 얻을 수 있는 미량 원소의 섭식량이 감소하여 영향 불균형이 오게 되며, 동일한 양의 사료를 먹는다면 비만이 오게 된다. 고양이에게 간식은 사람의 술과 비슷한 것이니, 매일 먹이는 건 사람으로 따지면 알코올 중독증 환자를 만들고 있는 것과 같으므로, 모든 간식은 1주일에 1회 미만으로 주는 것을 권장한다.                                                                                                      
 < 출처>   https://www.a-ha.io/questions/42e9ea20880673d19de180da820ac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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