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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 moi Jan 30. 2024

고양이 알람

Q> 알람 끄는 방법


 힝구는 내 곁을 얼마나 오랫동안 배회하고 있었던 걸까. 아마 도통 깰 생각을 하지 않는 집사를 위해 골골송을 부르며 꾹꾹이를 하거나, 내 온몸에 자기 뺨을 비비며 상냥하게 집사를 깨우려고 했을 수도 있다. 그러다 지쳐 내게 바짝 기대앉은 채 나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을 것이다.


 집사의 상태를 확인하려는 듯, 힝구가 내 얼굴을 핥았을 때야 나는 눈을 떴다. 다행히 힝구의 인내심이 바닥나기 전이었다. 응? 힝구, 나 불렀어?! 내 말에 힝구는 신이 난다. 드디어 집사가 일어났으니, 아침 츄르를 먹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을 것이다.


 시간적으로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는 와중에도 의도치 않게 아침형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말이다. 힝구는 내가 깨어났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한참 애교를 부리더니 벌떡 일어나 침대 밖으로 뛰어 내려가 버렸다. 나는 이미 힝구의 계획을 알고 있다. 힝구는 곧 츄르가 보관된 수납장 앞에서 날 빤히 바라볼 테지. 조용히 힝구를 바라보니 역시였다.


 정말 이른 아침, 내 몸은 아직 침대 속을 원하고 있었다. 참다못한 힝구가 다시 침대 위로 뛰어 올라온다. 한참을 내 손과 얼굴에 자기 뺨을 비비다 또다시 수납장 앞에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다. 슬 나도 힝구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져 온몸을 이불로 감싸 나름대로 은폐를 시도했다. 오늘은 나와 합의되지 않은 힝구 자체 츄르데이였으나, 쉽게 끝낼 힝구가 아니었기에.

 

 아야! 날카로운 힝구의 이빨이 나를 깨물었다. 살짝 이불 밖으로 나온 내 발목이 타깃이 되었다. 힝구의 인내심이 바닥이 난 것이다. 얼른 물린 발목을 이불속으로 넣었지만, 힝구의 매서운 발톱이 이불을 파고들어 온다. 휙휙 힝구가 앞발로 이불속에 숨긴 내 발을 찾지만, 헛발질 중이다. 나는 몸을 구부리며 발을 한껏 몸쪽으로 숨겨놓은 상태였다. 한참 이런 상태가 지속되자 졸음이 찾아왔다.


 아마도 이불로 쏙 하고 들어가던 내 발이 힝구의 장난 본능을 일깨웠던 것 같다. 내 발을 찾아 이불속으로 따라 들어온 힝구가 계속 장난을 걸어오지만, 내가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자, 포기하며 나와 한숨 더 자기로 정했는지, 그대로 내 곁에 자리를 잡는다. 내 몸에 기대어 잠이 든 힝구의 온기가 더해지니 이불속을 빠져나가기가 더 쉽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1시간도 지나지 않아 힝구 알람이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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