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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 moi Jan 24. 2024

게으른 글쓰기


 어디선가 완벽한 게으름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완벽하게 해내고 싶은 마음이 오히려 부담이 되어 그 일을 미루게 만드는 게으름. 사실 이런 핑곗거리가 필요했다.


 면접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나에게는 두 개의 과제가 여전히 남아있다. 처음 주제를 정하고 읽었던 책 두 권을 포기했다. 내가 생각한 기획과는 맞지 않는 책이었고, 결국 한 글자도 제대로 써지지 않는 상황에서 빠르게 계획을 변경해야 했다.

 지난주 책 두 권을 모두 읽었으니 이제 관련 글만 쓰면 되겠다고 쉽게 생각했던 것은 나의 오만이었다. 사실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던 책 읽기를 끝내고 나니 근거 없는 여유가 찾아왔다. 하지만 곧 한 문장도 제대로 연결 짓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지난주에 만난 지인에게 이 상황을 담담하게 얘기했지만 내 속은 조급하기만 했다. '원래 발등에 불 떨어지면 집중력이 팍 생겨나잖아.' 그 순간 지인의 말이 격하게 와닿았다. 그리고 너무 쉽게 수긍했다. 그 생각의 밑바탕에는 잘 해내지 못할 것 같은 불안함과 부담감이 있었다. 그 부담감에 더해진 막막함, 그렇게 온갖 생각이 뒤엉킨 머릿속과 마주하기를 미뤄버린 것이다.

 면접 일정이 가까워질수록 면접관에게 받을 내 글에 대한 평가까지 생각하니 나는 세상 예민보스가 돼버렸다.

 

 다행히 답을 찾지 못했던 주제를 빠르게 포기한 결과 주말까지 헛발질하던 내 글쓰기도 약간은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혹시 글쓰기에도 운명이 있는 걸까. 지난주 멍때리기로 카페에서 보낸 많은 시간이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꽤 글쓰기 진도가 빠르다. 우리 집 고양이의 방해에도 말이다. 어쨌든 나는 글을 썼다. 내 글이 맞고 틀리고의 여부가 아닌, 회사가 원하는 글과 부합하는지에만 집중하자고 생각하며, 곧 있을 면접을 위한 마음까지 단단히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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