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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 moi Feb 07. 2024

냉장고에 담긴 마음

엄마 집밥


 다가올 설을 맞아 엄마가 다녀가셨다. 오빠의 자동차로 한가득 먹을거리를 싣고, 텅텅 비어있을 딸의 냉장고를 가득 채워주러 말이다. 설날이면 본가로 갈 테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내 길이 무거울까,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을 담아 설보다도 며칠 먼저 우리 집에 먹을거리를 가득 가져오셨다. 분명 설날에도 집으로 돌아가는 내 손에는 명절 음식들이 들려있겠지만.


 오늘 점심에 지은 밥과 김치찌개가 엄마를 안심시킨 것 같다. 밥솥에는 고슬고슬한 밥이 가득했고, 냉장고에는 점심에 만들어 먹은 김치찌개가 남아 있었다. 독립한 딸의 매 끼니를 걱정하느라 밥 이야기로 가득한 엄마의 카톡에 부지런히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어 먹으려 하지만 쉽지 않다. 엄마는 이런 나를 잘 알기에 자꾸 밥 이야기를 한다.

 매번 엄마와 연락할 때마다 내가 생각날 때면 만들어 놓은 음식 이야기를 하신다. 시간이 되면 들렸으면 좋겠다고 자꾸 엄마는 엄마표 음식들로 나를 꼬시지만 딸은 오늘도 바쁘다는 말로 다음을 기약한다. 그렇게 엄마의 냉장고에는 내가 먹을 음식들과 엄마의 마음이 쌓여갔다.




 드디어 오늘 엄마의 마음이 내 냉장고에 한가득 담겼다. 혼자 산다고 챙기지 못할까 봐 과일도 가득하다. 어렸을 때부터 자주 찾던 곶감도 있다. 한동안 내 최애 간식은 너다. 갓 만들어와 아직도 온기가 느껴지는 뭇국에 두부조림, 호박 나물, 양송이버섯 조림까지 오늘 저녁은 오랜만에 제대로 된 집밥이겠구나.


 요 며칠 귀차니즘에 연이어서 배달 음식을 먹다 보니 집밥이 그리웠다. 내 요리 실력은 왜 좀처럼 늘지 않을까. 그야 요리를 귀찮아 하니까지. 치우는 과정의 귀찮음이 요리를 시작도 못하게 만든다. 그래서 여전히 내 요리는 초간단 메뉴가 최선이다. 문득 요술처럼 끼니때마다 내 앞에 차려지던 엄마 밥이 그리워졌다. 뜨끈한 국물 요리, 온갖 나물무침들, 내가 먹고 싶다고 말하면 다음 식사 때면 뿅 하고 나타나는 그런 엄마의 요리가 요술처럼 느껴진다. 나도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요리를 할 수 있을까. 엄마 음식의 소중함을 느끼며 이제 엄마 밥 먹으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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