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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 moi Feb 13. 2024

오랜만의 출근 풍경

비몽사몽 아침


 새벽 6시 30분, 이른 아침을 시작했다. 오랜만에 의무감으로 일어난 아침 기상은 너무 졸렸고, 비몽사몽 몸을 일으키자, 내 곁에서 자고 있던 힝구도 덩달아 잠에서 깨버렸다. 평소라면 자고 있을 시간이었기에 졸린 얼굴로 연신 하품하던 힝구와 함께 한참을 침대 위에서 멍하니 앉아 있었다. 방금 일어난 힝구의 몸은 노곤하니 따끈했고, 내 몸에 기대 오던 힝구를 안고 다시 잠들고 싶은 마음을 이겨내기 위해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침대 정리를 시작으로 부지런히 지난밤의 먼지를 밀대로 밀어낸 뒤,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이제야 출근이 실감 나기 시작했다.


 평소와는 다른 집사의 행동에 힝구가 내 출근을 눈치챘는지, 그저 장난하기 위함인지, 화장대 앞에 앉은 나를 향해 뛰어올랐지만, 아직 잠이 덜 깼던 힝구는 점프에 실패하고 말았다. 저런! 나는 마음이 바빠 힝구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멀찍이 자리를 잡으며 내 바쁜 출근 준비를 구경하던 힝구의 차분한 모습에 나는 안심했다. 힝구의 먹을거리를 챙기고 나니, 드디어 집을 나설 시간이 되었다. 힝구가 나에게 인사하려는 듯 따라나서기에 집사를 응원해 주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기대와는 달리, 힝구의 발걸음이 현관문 앞까지 향하더니 급기야 드러누웠고, 이 녀석 결국 내 앞길을 막아버렸다. 배까지 보이며 바닥에 온몸을 문지르기 시작한 힝구를 들어 집안으로 옮겨놓자, 집사가 외출하려던 마음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한 힝구는 더욱 신나서 뒹굴뒹굴하기 시작한다.


 '아...' 

 힝구의 기대 가득한 몸짓을 애써 외면하며 현관문 밖으로 나가자, 힝구가 뚫어질 듯 나를 바라본다. 음.. 엄마, 금방 갔다 올게! 힝구는 굴하지 않고 나를 향해 다시 한번 애교를 부려보지만 이제 지체할 시간이 없다. 힝구의 서운함이 담긴 듯한 그 눈빛이 닫히는 현관문 사이로 내 마음을 잡아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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