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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 moi Mar 15. 2024

날이 좋아 간 도서관


 문정에서 4년이라는 시간을 살았지만, 오늘에서야 오랫동안 미뤄뒀던 송파도서관에 다녀왔다. 점심시간 30분 전에 도착한 탓인지, 회원증 발급을 도와줄 직원이 보이지 않아 주변을 두리번거리는데, 도서 반납기라 생각했던 키오스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회원증 무인 발급기였다. 이제 회원증도 무인 발급의 시대가 되었구나. 도서관을 멀리했던 시간이 실감 났다.

 회원증을 발급받자마자 내 목적지였던 2층 어학열람실로 올라갔다. 전체적으로 하얗게 꾸며진 열람실 안에 들어서니 마음이 차분해졌다. 열람실 안에는 몇몇 사람들이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그 사람들을 보자 묘하게 나도 무언가를 공부하고 싶어졌고,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것이 도서관 효과일까.


 내가 찾던 책의 위치를 안내해 줄 영수증을 출력해 위치를 파악하려는데, 여전히 어렵기만 한 청구기호 앞에서 잠시 멈칫했다. 청구기호는 도대체 어떻게 생성되는 걸까. 분명 그 안에는 주민등록번호와 같이 해당하는 의미들이 있을 텐데라는 잡생각을 하며 책장 사이를 걷기 시작했다. 드디어 '802ㅇ033‘으로 시작하는 책장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다. 이 난해한 청구기호와 맞는 책을 찾기 위해, 같은 그림 찾기를 하듯 내 눈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그런데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책들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은 꼭 대형 서점을 방문하면 느낄 수 있던 편안함과 흥미로움과도 같았고, 뭔가 가능성이랄까 내 삶에 긍정적인 기운을 채워주는 것 같았다. 예전에는 이런 긍정적인 기운을 받기 위해 종종 찾곤 했는데, 이젠 책마저도 인터넷 구매가 편해졌고, 전자책을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서점과 도서관에 가는 것이 번거롭게 느껴졌다.

 

 드디어 같은 그림 아니, 같은 철자 찾기에 성공했고 나는 생각했던 책들 이외에도 2권을 더 추가해 대출을 마쳤다. 2주라는 시간 동안,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오랜만에 여러 권의 책을 드는 기분이 그 묵직한 만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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