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아 moi Mar 26. 2024

엉덩이로 유혹하는 고양이

빵실빵실


 기저귀 찬 아기의 똥똥한 뒤태가 주는 귀여움, 또 우리의 영원한 아기판다 푸바오, 꼭 삼각김밥을 연상시키는 그 뚠뚠한 뒤태만으로도 우리는 푸공주에게 빠져버리고 말았다. 귀여움 그 자체, 치명적 동글동글한 뒤태는 우리의 마음을 무장해제 시키고 몽글몽글하게까지 만든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 집에도 내 마음을 자꾸 몽글몽글하게 만드는 고양이 한 마리가 있다. 아비시니안(고양이 종)이 호리호리한 몸매를 가졌다지만, 오렌지 브라운 빛 털이 감싼 동글동글한 엉덩이만큼은 충분히 빵실하게 집사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하루 종일 병원 투어를 하느라 지친 나는 그대로 침대에 누워 쉬고 싶었다. 그런데 이 빵실빵실 엉덩이가 자꾸 내 곁을 맴돌아 내 신경을 건드는 것이다. 나는 조금 더 게으름을 피우고 싶었기에 내 부재로 먹지 못한 오늘치 츄르를 달라고 조르는 힝구의 요청을 못 들은 척하며, 한참을 움직이지 않았다


 힝구는 온몸을 나에게 문지르며 애교 공세를 퍼부었다. 그럼에도 내가 움직이지 않자, 기분이 상했는지 훽하고 돌아서던 힝구가 침대 밑으로 내려가나 싶었다. 그런데 나에게 자기 엉덩이를 보인 그 자세 그대로 요지부동이다. 나는 마치 힝구의 빵실한 엉덩이와 진한 눈 맞춤이라도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원치 않게 엉덩이 맞춤을 하고 있으니 내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귀..귀여워. 내 마음이 흔들릴 때를 알고 있다는 듯, 이번에는 고개를 나에게 돌리며 엉덩이와 함께 자신의 두 눈도 맞춰온다. 이 녀석 집사 공략법은 확실하게 알고 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치명적이던지, 나도 모르게 힝구의 엉덩이를 감싸 안았다. '아구구, 귀여워'


너 자꾸 엉덩이로 꼬시고 약았어! 


 그 순간, 잠자고 있던 집사모드가 켜졌다. 힝구의 엉덩이가 오늘따라 더 동글동글해진 기분이다. 그렇게 집사의 마음이 몽글몽글해졌고, 결국 그 귀여움에 넘어간 내가 몸을 일으키자, 자신의 작전이 성공했다는 기쁨에 힝구는 씰룩씰룩 더욱 엉덩이를 흔들며 내 걸음을 다시 한번 재촉한다. 


훗, 집사는 내 젤리 안이다옹
매거진의 이전글 집사권을 보장하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