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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 moi May 06. 2024

5월의 안반데기

를 추억하는 방법


꼭 가보고 싶었던 그곳, 안반데기에 가게 되었다.

평소에도 밤하늘 보는 걸 좋아하던 나는, 서울과는 다를 그곳의 밤하늘 볼 날만을 기다리고 기다렸다.  


큰 기대감이 혹시 실망감이 되지는 않을지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역시나 안반데기의 밤하늘은 지금껏 내가 봐 왔고, 앞으로도 볼 밤하늘과는 달랐다.

아마도 전국의 날씨 요정들이 모여 가게 된 여행이었기에 성공적이었던 거겠지?


이렇게 크고 무수한 별들로 가득 찬 밤하늘이라니, 내 눈에 보이는 이 광경을 애써 카메라에 담으려고 했지만, 이 어마어마한 밤하늘이 작은 카메라 렌즈에 담길 리가 없지.

나는 빠르게 포기했고, 눈에 하나라도 더 담기 위해 고개가 꺾이는 줄도 모르고 보고 또 보았다.

그날 안반데기의 구름양은 0%로 밤하늘은 맑음 그 자체였고, 달빛조차 없는 어둑한 밤하늘에 뜬 별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쏟아질 듯, 커다란 별빛들이 내 눈을 끝도 없이 잡아끌었다.


꼭 국자를 닮아 북두칠성 같아 보이는 별자리를 발견했고, 사진으로만 봐왔던 북두칠성을 발견했다고 기뻐 소리쳤지만, 북두칠성을 완성해 줄 북극성이 보이지 않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도 북두칠성을 닮은 별자리를 사진으로 남기며 아쉬움을 달래본다. 이름 모를 별이지만, 그 별들의 배열이 마음에 꼭 들었으니까.



퇴근 후 바로 떠나왔음에도 정신은 점점 더 맑아졌다. 오랜만에 깊은 생각까지 할 수 있을 만큼.

정말 오랜만에 사고(思考)의 시간을 보내는데, 이것은 안반데기 배추밭의 공기가 맑아서일까, 압도적인 밤하늘의 기운 탓일까. 오랜만에 이어지는 생각의 고리 끝에서 나는 지금을 글로 남기고 싶어졌다. 사진에 담을 수 없다면, 글에 담아 누군가와 나누고 싶은 순간을 말이다. 그렇게 생각지 못한 곳에서 내 글쓰기에 대한 마음이 떠올랐다.


일상이라는 목차, 내가 채워나가던 그 목차가 한동안 멈춰있었다. 내 일상을 남길 내 정신은 무겁게 나를 짓누르기만 했고, 내가 보낸 하루에 X표를 쳐나가듯 시간을 보내기에도 바빴다. 그러다 만난 밤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보니, 내가 놓쳤던 마음들을 다시 잡을 수 있는 여유를 되찾는 듯했다. 갑작스럽지만 기다렸던 여행은 내 마음과 머릿속에 여유를 찾아주었다. 뜻밖의 여행은 뜻밖의 힐링을 안겨주며, 나를 다시 다독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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