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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 moi May 23. 2024

꼭꼭 숨어라! 똥꼬 보일라.


 힝구도 고양이인지라, 매일 그루밍하느라 바쁘다. 하지만 유독 한 곳은 나 몰라라 하고, 그루밍을 하지 않는데, 그곳은 바로 힝구의 똥꼬다. 마치 남의 것인 양. 우리 집에 오고 첫 용변을 본 이후로 힝구의 똥꼬 관리는 내 담당이 되었다.


 고양이는 신뢰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엉덩이를 보여준다고 하는데, 역시나 나는 힝구의 무한 신뢰를 받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 꼬리를 물음표로 세우고 다가온 힝구가 또 엉덩이를 보여줬고, 나는 감동했다. 그러다 보고야 말았다. 녀석의 초코칩을.


아...


 분홍색 젤리를 가진 힝구는 똥꼬도 분홍색이다. 하지만 힝구는 게으른 고양이었다. 결국 참다못한 집사가 물티슈를 뽑아 들고, 힝구에게 다가가자 눈치 빠른 녀석은 줄행랑을 쳐버렸다.




 '박박박' 어디선가 화장실 모래를 덮는 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전에는 감자(소변)였으니, 이번에는 맛동산(똥)이겠구나. 나는 힝구의 엉덩이를 잽싸게 낚아챌 준비를 마쳤고, 화장실 앞에서 시원하게 일을 마친 힝구와 마주쳤다. 둘 사이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힝구는 이제 자신의 똥꼬가 깨끗하게 닦여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순순히라는 것은 힝구에게 있을 수 없다는 듯, 후다닥 내 다리 사이를 빠져나가더니 침대 밑으로 몸을 숨겼다. 훗! 그래봤자. 집사 손안일 뿐. 나는 조용히 내 할 일을 하며 힝구를 기다리기로 했다. 힝구의 초코칩 절대 놓칠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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