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부하
그런 시기가 있다. 쉽게 표현하자면 마음이 잔잔한 호수같이 느껴질 때.
직전까지 널뛰는 감정들로 하루하루를 보내며 지쳐갈 때쯤, 갑자기 널뛰던 감정들이 뚝 하고 멈춰버리며 고요해진다. 쏟아낼 것들을 다 쏟아내 버려서일까. 지칠 때까지 버틴 만큼 내 안이 참으로 고요하다.
내 모든 감정 스위치가 꺼진 기분이다. 괴롭지도 슬프지도 않아 좋지만, 그렇다고 즐겁지도 행복하지도 않다. 하지만 급변하는 감정이 없는 이 평온함이 나쁘지 않다.
감정의 과부하를 겪고 난 뒤의 후유증은 나를 無로 만들어 주었다.
하루 종일 유입되는 정보와 사용으로 과부하에 걸린 뇌에 멍때림이라는 휴식이 필요한 것처럼 마음에도 멍때림이 필요하다. 휴식을 취한 뇌는 기억력이 좋아진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처럼 휴식을 취한 마음도, 그 뇌처럼 조금 더 건강해지고 단단해질 거로 생각하며, 나의 감정들을 조금 더 내려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