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糖충전
차갑고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한입 가득 먹으면, 쓰기만 했던 오늘 하루가 좀 괜찮아질까.
오늘이 월요일이라지만, 후덥지근하고 눅눅하고 비가 올 듯 먹구름 가득한 하루였지만, 퇴근길, 머리가 띵할 정도로 차갑고 혀가 얼얼해질 정도로 달달한 아이스크림 하나 사 들고 돌아간다면, 오늘 하루는 그래도 쓰단쓰단한 하루로 마감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복잡한 머리는 터질 것 같았고, 한 번 시작된 생각들은 멈출 수가 없던 하루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쏟아지는 온갖 말들에 참을 인을 삼키고 삼키다, 결국 터지고 말았다. 사회적 가면으로 가리려 해도, 나름 길러졌다고 생각했던 사회성은 어디로 갔는지, 평소라면 애써 무표정으로 반응조차 하지 않았을 상황에서 여기저기 튀어 나가는 감정을 통제하지 못했다. 법원 요주의 인물이라지만, 오늘은 피할 길이 없었다. 내 맨얼굴을 들킨 듯 외근을 시작하기도 전에, 방전돼 버렸다. 마음도 몸도 충전이 필요하다.
이럴 때, 우리는 당 충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것은 당은 우리의 몸이 에너지를 얻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섭취한 음식이 소화되면서 당은 혈액 속에서 포도당으로 변환한다. 이 포도당은 우리의 세포에 에너지로 공급되어 활동에 필요한 기능을 유지해 주기 때문에, 우리에게 당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나는 지금 당 충전이 필요하다. 갑작스러운 감정 소모와 생각 소모로 인해 내 모든 에너지를 사용해 버렸다. 나는 그 중요한 당이 필요해진 것이다. 힘겨운 외근을 마치고 돌아가려는데, 법원 계장님께서 사탕 하나를 건네주며, 힘내라는 듯 웃어주신다. 사탕과 웃음 하나로, 터질 것 같던 머리가 제법 진정되며, 이성을 되찾게 되었다. 나에게 모진 말을 했던 사람에게 웃으며 맞받아칠 에너지가 생겼다. 그리고 내 눈앞에 마주친 그 사람(생략)
하지만, 오늘의 여파는 사탕 하나로는 부족하다. 아직도 가라앉지 않은 화로 몸은 열이 나고, 마음은 쓰다.
오늘은 아이스크림 한입이 진짜 필요한 날이다.
퇴근길, 자이언티의 '꺼내먹어요' 그 노래를 꼭 들어야겠다.
쉬고 싶죠 / 시끄럽죠 / 다 성가시죠? / 집에 가고 싶죠? / 집에 가고 싶을 거야 /
그럴 땐 이 노래를 초콜릿처럼 꺼내 먹어요.
'오늘은 아이스크림을 꺼내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