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있는 아침풍경
아침이 되면, 알람 소리보다도 어디선가 들려오는 부산스러운 소리에 먼저 잠에서 깨곤 한다. 그 소리가 거슬리기보다는 귀여워 눈을 뜰 수밖에 없는데, 지금 힝구가 혼자서 뭘 그렇게 재밌게 놀고 있는지 그 모습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힝구는 지난번 새롭게 장만한 '두더지 사냥놀이'라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앞쪽의 발판 부분을 누르면, 위쪽 구멍에서 두더지가 나오는 장난감인데, 보통은 내가 그 발판을 눌러주며, 힝구가 두더지를 사냥할 수 있도록 해주곤 했다. 그런데 힝구가 혼자서 놀며, 그 장난감의 원리를 스스로 알아가고 있었다. 역시 힝구는 천재냥이었구나. 대견함에 조금 더 자고 싶었던 마음이 사라져 버렸고, 기분 좋게 침대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내 침대 바로 옆에는 캣타워가 있다. 침대에 누우면 캣타워 위쪽에 있는 투명 해먹을 통해 힝구의 핑크 젤리를 감상할 수도 있다. 즉, 젤리뷰 맛집이다. 오늘 아침, 잠에서 깨자마자 내 눈앞에 투명 해먹을 통해 힝구의 동구녕이 보였다. 이럴 수가, 힝구는 동구녕도 하트였다. 오늘도, 역시 기분 좋은 아침 기상이구나.
일어나자마자 힝구의 물그릇과 밥그릇을 씻고, 내가 샤워를 마치고 나올 때까지 힝구는 내 옆에서 떨어질 줄을 모른다. 화장대 앞에서도 내가 출근 준비를 하는 동안 선반 위에서 식빵같이 앉아 나를 구경하거나, 굳이 거울 앞에 앉아 화장 중인 나의 출근 준비를 애교로 방해하며, 놀자고 한다. 그러면, 괜스레 미안해지는 집사다. 힝구의 애교를 맘껏 받아주고 싶지만, 직장인의 아침은 그리 여유롭지 않다. 힝구가 내 물건 중 가장 좋아하는 건, 내가 매일 끼고 다니는 반지인데, 늘 반지를 보관하는 상자를 열기만 하면, 어찌 알았는지 호다다닥 뛰어 올라와 자기 반지라도 되는 것처럼 반지를 달라고 난리다.
아침밥을 먹고, 화장실까지 다녀와 유난히 텐션이 좋은 날은 아침부터 우다다가 시작된다. 힝구는 뭐가 그리 재밌는지, 욕실에서 나오는 나와 혼자만의 숨바꼭질하기도 하고, 뛰어다니기를 반복하다가 캣타워에 올라가 힝구를 위해 매달아 놓은 방울이 달린 끈을 가지고 한창 놀고 있다. 그사이 출근 준비를 마친 내가 힝구에게 다가간다. '힝구야, 돈 많이 벌어서 올게. 밥 잘 먹고, 잘 놀고, 맛동산도 잘 만들고 있어.'
순간, 힝구가 나의 출근을 알아채고 내가 현관문으로 향할 때까지, 놀이도 멈추고 빤히 쳐다본다. 순식간에 힝구의 텐션이 떨어진다.
어느 날은 현관문 앞에서 보이지 않는 힝구를 부르며 출근인사를 하는데, 빼꼼 고개만 내밀고 나를 바라본다.
그 모습이 나는 안쓰러워 현관문을 닫았다 열기를 반복하며, 다시 한번 힝구와 놀아주고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선다. 발걸음이 무거워 얼른 홈 캠을 켜고 힝구를 살피지만, 홈 캠을 보면, 안심되면서도 더 마음이 쓰인다. 또 다른 날은 힝구가 현관문 앞까지 나를 따라와 문도 열지 못하게 문 앞에서 털썩하고 누워버리는 것이다. 내가 안아서 옮기려 하면, 놀자는 듯 장난을 치기 시작한다. 힝구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지만, 나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고 집을 나선다. 힝구의 세상은 나뿐인데, 때로는 온전히 힝구에게 집중하지 못하는 순간이 너무 많다. 벌써 훌쩍 커버린 힝구를 보면서 힝구의 시간의 속도를 느끼며 순간순간이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