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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 moi Jul 24. 2023

두 세계가 공존하는 우리 집

힝구와 나

  

 우리 집은 1인 가구에서, 1인 1묘 가구가 된 지 6개월이 넘어가고 있다. 두 세계가 공존하는 공간이지만, 1인 가구였을 때도, 충분히 넓다고 생각했고, 고양이 한 마리의 활동성까지는 포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 생각했다. 작은 원룸에서 사는 고양이의 세계는 그 원룸의 크기만 할 거로 생각했는데, 나의 큰 착각이었다. 아깽이는 곧 성묘가 된다는 사실과 힝구의 어마어마한 활동성을 간과했다.


 힝구가 우리 집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자그마한 힝구가 내 잠버릇 때문에 다치지는 않을까, 깊은 잠이 들지도 못하던 때, 힝구는 내 침대 한가운데서 편안한 잠을 자곤 했고, 그럴 때면 나는 그리 크지도 않은 내 침대 가장자리에 비스듬히 누워 힝구가 다칠까 선잠을 자는 것이 일상이었다. 점점 그렇게 내 공간이 사라져 갔지만, 그 부분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내 원룸이 그때까지는 우리, 나와 힝구를 모두 담을 수 있었으니까.


 요즘 우리 집 고양이, 힝구의 세상이 자꾸 원룸 밖으로 향하려고 한다. 힝구의 활동성이 남다르다는 것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제 한 번의 점프로도 못 오를 선반이 없고, 궁금한 곳은 거의 정복을 해버렸기에 힝구의 호기심과 활동성을 담기에는 내 집이 너무 작아져 버렸다. 첫 번째 단의 선반을 내어주고, 그다음 선반을 내어주어도 힝구에게는 부족할 뿐이다. 결국 미루고 미루던, 캣타워의 마지막 발판을 달아주기로 했다. 몇 달 전만 해도, 힝구가 너무 높은 곳에 올라가는 모습은 내가 보기에도 불안해 보였는데, 이제 몇 달 뒤면, 성묘가 될 힝구가 이제 우리 집 맨 위 선반까지 한 번에 정복하는 모습을 보며, 다 컸다는 기특함과 이제 더 이상 내 물건들의 안전지대가 없다는 불안함이 동시에 몰려왔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할수록, 점프 실력이 늘어갔고, 그럴 때마다 나는 내 공간을 하나씩 포기하며 내어주었다.

채 열기가 식지도 않은 인덕션에 아깽이 시절 힝구가 올라왔다가 놀라 도망가는 순간, 나도 함께 소리를 지르며, 인덕션의 기능을 포기했다. 이제 그곳은 힝구의 제2의 휴식처가 되었다.



 아깽이 시절 힝구는 침대 옆 통창의 블라인드를 통해 세상 밖을 그저 호기심으로 바라보는 데 만족했던 것 같다. 아니, 창 밖 세상에 대해서 인지도 못 했던 것 같다. 그러다 커버린 힝구가 유심히 창밖을 보기 시작한 이후, 원룸 밖 세상을 알게 되었고, 직접 밖으로 나가 구경해 보고 싶어졌는지, 요즘 들어 나와 시간을 보내고 난 이후에는 문밖에서 나는 소리에 엄청난 호기심을 보이는 것이다. 집에 돌아오는 길, 내가 현관문을 열 때면, 힝구가 더 넓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세상 밖으로 뛰쳐나가지 않을까 긴장하며, 문을 열고는 한다. 처음에는 그저 내가 문을 열었을 때, 자신을 잡기 위해 따라오는 내 반응이 재미있었는지, 내가 힝구를 잡기 위해 따라가면, 힝구는 항상 같은 자리에 숨어서 자신을 잡으러 올 때까지 나를 기다리곤 했다. 그래서 이 순간이 재밌어서 그렇구나 싶어, 별다른 주의는 주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에는 위험성을 느끼며, 현관문만 한 고양이 안전 철문을 달기로 했다. 힝구가 성장하는 것은 기특하지만, 걱정도 커진다.


창밖이 궁금하니?


 지금, 이 순간도, 캣타워에 앉아 닫힌 블라인드에 머리를 박고 창밖을 구경하러 가기 바쁘다. 문제는 막상 힝구를 고양이 캐리어에 넣어 밖으로 나가면, 사방에서 나는 소음에 놀라 울기 바쁘다는 것이다. 아직 힝구에게는 전지적 창밖 시점이 맞는 듯하여, 좀 더 힝구의 활동반경에 주의와 관심을 두어야겠다고 생각한다. 힝구는 실내에서는 호냥이지만, 밖에서는 쫄보 중에 쫄보냥이니까. 급발진 외출은 참아줘. 


'우리 둘의 세계는 이 원룸 안에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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