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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 moi Jun 29. 2023

고로로롱, 골골송

치유의 노래

 처음 힝구를 우리 집으로 데려왔던 날, 쉴 새 없이 집안에서 들려오는 골골송에

원래 고양이는 하루 종일 골골송을 부르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지치지도 않나?'


 이제 알고 있다.

'너도 그날 나처럼 아주 많이 행복했구나.'



 새벽, 아침 혹은 낮잠을 자다가 깨어나 보면, 내 목과 가슴팍에 온몸을 기댄 채 나를 바라보며 골골송을 부르고 있는 힝구와 눈이 마주친다.

골골골 고로롱

가슴과 가슴이 맞닿아 전해지는 그 소리는 나를 진정시켜 준다.


 퇴근 후, 위로와 편안한 휴식이 필요할 때, 힝구의 가슴에 귀를 대고 한참을 있으면 하루 종일 예민해져 있던 나의 모든 신경이 안정된다. 실제로도 골골송은 사람을 치유하는 효과가 있다. *골골송의 주파수는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 가운데 가장 낮은 주파수에 해당하기 때문에 고양이의 골골송을 계속 듣는 사람은 심장마비와 고혈압의 위험이 낮아지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하니, 고양이 한 마리의 영향력은 정말이지 그 '귀여움' 만큼 어마어마하다. 그러니까 고양이들아 골골송을 불러줘.


 눈을 감고 밥을 먹으면서도 골골골, 꽁치 인형을 가지고 놀면서도 고로롱, 애교를 부리며 헤드번팅을 하면서도 그르릉, 힝구가 가장 좋아하는 냥이콥터(잡기놀이) 날리기를 하면서도 힝구의 노랫소리는 끝나지를 않는다. 힝구는 하루 종일 행복하니? 행복했으면 좋겠어. 너의 노래를 들으면 내가 행복한 것처럼.



 다른 것에 집중하고 있다 내 곁에서 들려오는 골골송을 듣게 되어 고개를 돌렸을 때, 골골송과 함께 꾹꾹이까지 하고 있는 힝구의 모습을 보게 된다면, 이 녀석의 삶에서 나라는 존재가 가지는 의미가 느껴져 행복해진다. 그 순간 나도 골골송을 부르고 싶어진다. 누군가와 마음과 마음으로 교감하고 서로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어간다는 것, 즉, 스며들어 가는 것. 지금 나와 고양이 힝구는 서로에게 스며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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