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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 moi Jul 25. 2023

그루밍하는 고양이

사랑받는 집사


 강아지 하면, 꼬순내가 떠오른다. 방금 잠에서 깬 강아지의 노곤한 몸에서 날 것 같은 꼬순내.

하루 종일 그루밍을 하는 고양이에게서는 킁킁킁 아무리 코를 박고 냄새를 맡아도, 꼬순내를 맡을 수가 없었다. 오랫동안 반려견을 키워왔던 나는, 힝구와 함께한 지 6개월이 넘어가는 이 시점, 한 번도 목욕하지 않은 힝구에게서 그 어떤 꼬질함도 발견하지 못함이 너무 신기하다.


 하루 종일 자기 몸을 핥고 또 핥고, 밥 먹고 잠자고 집사와 놀지 않는 대부분 시간에는 그루밍을 하는 고양이의 침에는 무슨 남다른 성분이 있는 걸까? 지친 하루 힐링을 위해, 반겨오는 힝구를 낚아채듯 안아 들고 힝구냄새를 맡기 위해, 심호흡한다. 핑크 젤리에 킁킁, 배 방귀를 하면서도 문득, 꼬질꼬질 냄새는커녕, 오히려 나 몰래 무슨 향수를 쓴 건지, 왜 은은하게 좋은 향이 나는 걸까?

 

 고양이의 그루밍은 단장을 하거나 자신의 체취를 지우려는 본능과 함께  어릴 적 어미 고양이가 자신을 핥아 주면 안정감을 느꼈던 것처럼 스트레스나 불안감을 느꼈을 때, 스스로를 진정시키기 위함이다. 또 자신 이외에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애정 표현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내가 자고 있느라 누워 있을 때면, 내 머리에 새집 하나가 지어질 때까지 힝구에게 애정 표현을 받곤 한다. 힝구의 사랑을 받는 나는 행복한 집사.

질겅질겅 내 머리는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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